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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삿포로 눈 축제 탐방

by goodxpert 2025. 7. 6.

설국의 밤, 얼음 등롱이 늘어선 눈길을 따라 현지 포장마차 불빛 아래 사람들이 홋카이도 별미를 즐기며 거닐다 모습

오도리 공원 눈·얼음 조각 작품 관람

겨울의 삿포로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오도리 공원은 매년 2월 초순, 순백의 눈과 맑은 얼음으로 빚어낸 거대한 조각 작품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체 길이 약 1.5km에 달하는 공원은 12개 구역(제1광장부터 제12광장까지)으로 나뉘어 각각 독특한 테마의 눈·얼음 조각이 전시된다. 제1·2광장에서는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스타트 라인이자 모노크롬의 순수함을 강조한 대형 눈 조각이 자리하고, 중간 구역인 제5~8광장에 이르면 해상도 높은 해외 유명 건축물 재현작들이 이어진다. 예컨대 파리 에펠탑, 브라질 예수상, 터키 성 소피아 대성당 등이 실제 크기와 흡사하게 구현되어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조각 작품마다 설치된 안내 패널에는 제작 국가, 작가 이름, 사용된 눈·얼음의 양 등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어, 순례하듯 걸으며 예술적 가치를 음미하기에 제격이다. 낮 시간대의 부드러운 햇빛 아래 질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눈 조각과, 해질 무렵 노을빛이 은은히 스며드는 얼음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하므로, 관람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둘 다 체험해 볼 것을 권한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기 일쑤인 오도리 공원에선 두툼한 아우터와 방한 장갑, 방한화는 필수다. 목도리와 방한 모자 등으로 체온을 보온하고, 뒷주머니에 핫팩을 몇 개 챙기면 한결 편안하게 조각 작품 사이를 누빌 수 있다. 또한 주요 광장 사이사이에 설치된 휴게 벤치 혹은 임시 난로 공간은 잠시 숨을 고르며 눈꽃 같은 풍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지인 사이에선 단순 관람을 넘어 직접 눈밭에 앉아 눈사람을 만들어 보는 ‘스노우 플레이’ 체험을 즐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여행자도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눈과 가까워질 수 있으니, 축제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눈밭 속으로 걸음을 옮겨 보자.

 

수이도오리 주변 현지 음식 포장마차 체험

오도리 공원 인근 이면도로와 수이도오리(臼井大道路) 일대에는 화려한 눈 조각 관람에 이은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현지인들이 ‘야타이’라 부르는 포장마차 거리다. 수이도오리 인근에는 평소에도 노포 요릿집들이 포장마차 형태로 임시 부스를 설치하는데, 눈 축제 기간에는 그 수가 배가되어 마치 미식 축제 현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포장마차마다 500엔~1,000엔 선의 합리적인 가격에 홋카이도산 가리비 구이, 옥수수 버터구이, 징기스칸(양고기 바비큐), 이시카리 나베(연어 전골), 쇼유·미소라멘 등을 선보이며, 중간중간 사케나 호카호카 우동 한 그릇으로 체온을 보충하기에도 좋다.
특히 눈 축제 한정 메뉴로 등장하는 ‘크랩 크림 스프’와 ‘딸기 에이드’는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신선한 게살에 크리미한 국물이 어우러진 스프 한 모금은 뼛속까지 따뜻함을 채워 주고, 상큼한 얼음 과즙이 더해진 딸기 음료는 겨울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대비가 일품이다. 대부분의 포장마차가 현금만 결제 가능하므로, 사전에 1,000엔 단위 현금을 넉넉히 준비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포장마차 구역을 따라 거닐다 보면 대형 난로 혹은 임시 텐트 안에 마련된 좌석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 앉아 다른 축제 관람객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음식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미소로 소통할 수 있는 ‘현지 감성 체험’이 완성된다. 맛집을 찾아 헤매던 기존 여행의 틀을 벗어나, 길 위의 즉석 공간에서 이뤄지는 ‘로드사이드 미식 기행’을 통해 삿포로의 겨울 낭만을 온전히 만끽해 보자.

 

스스키노 눈 등롱 거리 야경 코스

해질 무렵, 삿포로 지하철 난보쿠선 스스키노역에 내리면 축제의 밤이 시작된다. 스스키노 지역에서는 ‘눈 등롱 거리’라는 이름으로 얼음 조각과 등롱(灯籠)이 어우러진 빛의 거리를 연출한다. 메인 구간은 스스키노 중심가 남쪽의 나카니시도리(中西通)와 미나미4조도리(南四条通)를 따라 약 500m 가량 이어지며, 얼음 블록을 깎아 만든 등롱 사이사이에 LED 조명을 은은히 밝혀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낮 동안 오도리 공원에서 감상했던 눈 조각들과 달리, 스스키노의 밤 조각은 색색의 조명과 어우러져 더욱 입체적이고 드라마틱하다.
특히 ‘하얀 얼음 터널’이라고도 불리는 구간에서는 천장에 걸린 얼음 조각이 머리 위에서 반짝이며 마치 설원의 궁전 안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은 사진 촬영 명소로 사랑받는 포인트여서, 삼각대 없이도 스마트폰 장노출 기능으로 촬영하면 빛줄기가 은은하게 흐르는 장면을 얻을 수 있다. 거리 양쪽으로는 핫초코나 홋카이도 와인, 야키도리(닭꼬치) 같은 간단한 안주를 파는 노점이 자리하니, 손에 드는 작은 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축제의 밤을 즐길 수 있다.
스스키노 일대는 삿포로의 대표 유흥가인 만큼, 눈 등롱 거리를 따라 거리 공연이나 DJ 이벤트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일정표는 공식 홈페이지와 축제 안내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특정 구역에서는 스노우 퍼레이드나 라이브 음악 공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밤 10시경이 되면 조명이 점차 꺼지기 시작하므로, 늦어도 9시 이전에는 방문해 활기찬 축제의 절정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편, 축제 관람을 마친 뒤에는 스스키노 라멘 요코초(拉麺横丁)로 발길을 옮겨, 진한 돼지뼈 육수에 겹겹이 쌓인 차슈를 올린 라멘 한 그릇으로 겨울철 속을 든든히 채워 보자. 눈 등롱 거리의 잔상은 입안 가득 퍼지는 국물 한 모금과 함께 더욱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