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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 현대 문화 & 야경 투어

by goodxpert 2025. 5. 25.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벤탄 야시장과 고풍스러운 동코이 거리 건물,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가 한데 어우러진 호치민시 전경

벤탄 시장 야시장 분위기

호치민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벤탄 시장은 낮 시간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북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해가 진 뒤 펼쳐지는 야시장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시장 건물 외벽에 설치된 네온사인 너머로 음식을 굽는 불꽃이 반짝이고, 좁은 골목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손놀림이 마치 살아 있는 무대 위 배우처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노점 중 하나인 분짜 집 앞에서는 달콤하고 짭짤한 육수에 익힌 돼지고기와 바삭한 쌀국수가 조화를 이루며 긴 줄이 이어진다. .

야시장의 중심에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바인미(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 노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갓 구운 바게트 안에 다양한 햄과 신선한 채소, 향긋한 고수까지 채워 넣은 바인미 한 입을 베어 물면, 시장 한가운데서도 “이곳이 바로 베트남의 심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2019년 호치민시를 방문했던 예술학과 교환학생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야시장 특유의 혼합된 문화—전통과 현대, 현지와 외국의 조우—가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분주한 상인들 사이로 지나가는 길은 좁지만, 그만큼 상인과 눈이 마주치고 짧은 대화가 가능하다. 한 상인은 즉석에서 고구마를 구워 주며 달콤한 맛을 자랑하고, 그 옆에서는 코코넛 밀크에 찹쌀을 넣어 만든 디저트를 파는 노점이 있어 입맛대로 여러 가지 간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 벤탄 시장 야시장은 그야말로 오감(五感)을 깨우는 공간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경적소리, 진한 커피 향, 노점 간판의 화려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컬러풀한 풍경은 호치민시 야경 투어의 첫 시작점으로 더없이 적합하다.

 

동코이 거리의 고급 레스토랑과 바

반면 벤탄 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동코이(Dong Khoi) 거리는 호치민시 현대 문화의 세련된 면모를 대변한다. 유럽풍 건물 사이사이로 자리 잡은 부티크와 갤러리, 그리고 그 위층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밤이 깊을수록 클래식 음악과 재즈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특히 첫 번째 추천 방문지는 2018년 문을 연 ‘더 리버뷰(The Riverview)’로, 사이공 강변을 바라보며 베트남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을 찾은 요리학과 학생 박민수(가명·24) 씨는 “각국의 미식 트렌드를 섞어낸 메뉴 구성 덕분에,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명소는 루프탑 바 ‘스카이360(Sky360)’이다. 2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호치민시 전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반짝이는 빌딩 숲 사이로 흐르는 강줄기가 야경에 은은한 반사광을 더해주고, 바텐더가 직접 만들어주는 칵테일 한 잔은 한여름의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달래준다. 하루 일과를 마친 현지 직장인들은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인 ‘사이공 선라이즈’를 즐기며 동료와 담소를 나눈다.

레스토랑과 바 곳곳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현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문화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2022년 동코이 거리를 찾은 건축학 전공 유학생 그룹은 “현대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문화 소비 공간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를 목격했다”며, 르 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건축 철학이 어떻게 로컬 감성으로 재해석되었는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동코이 거리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호치민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전망대

호치민시 야경 투어의 정점을 찍는 곳은 단연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Vietcombank Tower)의 전망대다. 68층 높이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곳은 2010년 완공 이래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해질 무렵 방문하면, 붉은 석양빛과 네온사인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직접 이곳을 찾은 사진가 이수진(가명·26) 씨는 “구도 심도를 고려해 강변 쪽과 시내 중심부를 각각 다른 설정으로 촬영, 한 장의 사진 안에 낮과 밤이 교차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전했다.

전망대 내부에는 간단한 스낵 바와 기념품 숍이 마련되어 있어, 소장 가치를 지닌 엽서나 미니어처 모형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한편 2019년에는 지역 청년 창업가들이 협업해 개발한 VR(가상현실) 투어가 도입되어,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호치민시와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전망 감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사·문화적 이해를 돕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웨딩 포토 촬영 또한 인기다. 실제로 2023년 5월에는 한국인 예비부부가 이곳을 촬영지로 선택해,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한 스튜디오급 웨딩 사진을 완성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비텍스코 타워 전망대는 호치민시를 찾은 이들에게 ‘오늘 밤, 이 도시와 나만의 이야기를 새긴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