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덕궁 비원(후원) 탐방 및 상설 해설 투어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의 셋째 아들인 태종의 뜻을 이은 세조가 1405년 완공한 창덕궁은 조선 왕실의 자연친화적 궁궐 건축양식을 대표한다. 그중 후원(비원)은 ‘신선이 노닐 법한 뒷원’이라는 뜻으로, 궁궐 내에서도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자연석과 인공 석축이 어우러진 연못, 방풍림과 매화 터널,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수목 군락이 조화롭게 배치된 대표적 원림(園林)이다.
후원 관람은 전용 매표처에서 반드시 사전 예약을 거쳐야 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총 5회 운영된다. 특히 1시간 30분가량 진행되는 상설 해설 투어는 전문 해설사가 동행하여 조선 시대 궁궐의 역사적 배경과 비원 각 공간의 이름·의미·건축 기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므로, 역사와 건축학에 관심 있는 20대 대학생들에게 더욱 유익하다.
투어 코스는 금천교(錦川橋)에서 시작해 부용지(芙蓉池)와 연경당(蓮經堂)을 거쳐 주합루(駐鶴樓)에 이르기까지 약 1.5km 구간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어 산책하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주합루에 오르면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와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폿으로 손꼽힌다. 방한·방우 시설이 잘 갖춰진 음성 안내기(필요 시 대여 가능)를 활용하면, 해설사의 생생한 해설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늦봄의 진달래,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비원의 풍경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원 화성 화홍문·장안문·행궁 일대 산책
정조 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1794년부터 2년에 걸쳐 축조한 수원 화성은 동서양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조선 후기 성곽의 백미다. 그 가운데 화홍문(華虹門)은 성 안팎으로 흐르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동남각루式 수문으로, 마치 무지개가 물 위에 뜬 듯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이어 동쪽 성문인 장안문(長安門)은 정문으로서의 위엄을 유지하되, 세 겹의 홑처마와 단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목조 건축미가 특징이다.
이곳을 둘러보려면 장안문에서 시작해 성벽을 따라 화홍문으로 이동한 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화성행궁(華城行宮)까지 이어지는 약 2.3km 코스를 추천한다. 코스 중간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수원 시내 전경과 화성의 독특한 성곽 구조가 함께 어우러져, 성곽축조에 적용된 축조 이론 ‘거중기(車重機)’와 ‘녹로(鹿轆)’ 등의 과학적 공법을 이해할 수 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순행 때 머물며 정무를 펼친 임시 궁궐로, 복원된 문루, 객사, 편전, 어소 등이 전통 목조 건축 방식으로 재현되어 있다. 행궁 내부 관람은 무료이며, 매주 수·토요일에는 궁중 음악과 무예 시범 등 문화 행사가 열려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20대 대학생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제공되는 AR(증강현실) 앱을 통해 당시 행궁의 생활상을 체험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아침 일찍 찾으면 붉은 해가 수원천 위로 떠오르는 풍경, 해질 녘이면 성곽 위로 노을이 물드는 장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인근 전통 찻집과 화성행궁 야시장
오후 산책을 마친 뒤에는 화성행궁 인근의 전통 찻집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고즈넉한 골목길을 따라 자리한 다실 ‘고운향다원’과 ‘수원왕행궁다실’은 한옥 건물의 고전미를 살린 인테리어 위에 차 향을 은은하게 퍼뜨린다. 쌍화차, 유자차, 생강차 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전통 차와 다과상이 20대에 어울리는 감성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차 한 잔을 주문하면 다도 예절을 간단히 체험해볼 수 있도록 차 주전자가 제공된다.
해가 저물면 매주 금·토·일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화성행궁 야시장’이 열린다. 이곳에서는 수원 왕갈비 통닭, 떡갈비 꼬치, 모듬 전 등의 전통 먹거리와 함께 퓨전 푸드도 선보인다. 특히 군고구마, 호떡, 찹쌀도너츠 등 가성비 높은 길거리 간식은 대학생 예산에도 부담이 적어 인기가 높다. 야시장 한편에서는 버스킹 무대와 전통 공예 체험 부스가 운영되어, 젊은 감각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거나 나만의 전통 부채·노리개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이처럼 창덕궁 비원과 수원 화성 일대는 역사적 배경은 물론, 현대적인 해설 투어와 AR 체험, 감성 찻집과 야시장의 조화를 통해 20대 대학생에게도 다채로운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 주말 또는 방학을 이용해 가까운 지하철 3·4호선을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코스로, 한국의 세계유산이 지닌 매력을 몸소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