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 맛집: 광장시장·동대문 분식 거리
서울의 대표적 길거리 먹거리 성지로 꼽히는 광장시장과 동대문 분식 거리는 언제 방문해도 젊은이들로 붐빈다. 광장시장은 1905년 개장 이래 오랜 전통을 이어온 재래시장으로, 다양한 전통 음식이 한곳에 모여 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날 수 있는 빈대떡 골목에서는 지글지글 파릇하게 부쳐 내는 녹두빈대떡과 김치전이 손님을 유혹한다. 고소한 기름 향과 아삭한 김치의 조화는 식전 허기를 달래기에 그만이며, 하나씩 떼어 먹기 편한 사이즈라 친구들과 나눠 먹기에도 좋다. 이와 함께 마약김밥으로 불리는 소형 김밥은 한 입 크기지만 중독성 짙은 달짝지근한 소스가 특징이다. 육회골목에서는 신선한 한우를 얇게 썰어 양념한 육회와 따끈한 국물이 곁들여진 육회국밥을 맛볼 수 있다.
동대문 분식 거리는 늦은 밤까지 활동하는 24시간 분식 천국이다. 떡볶이 노점마다 다양한 매운맛 단계를 제시하는데, 기본 매운맛부터 불닭떡볶이 수준의 초강력 매운맛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즉석떡볶이집에서는 손님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떡과 어묵, 채소를 팬에 넣고 달콤·매콤한 소스를 부어 볶아 낸다. 오뎅(어묵)도 국물 맛이 관건인데,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깊은 국물에 겨자 소스를 풀어 주면 한 모금만으로도 개운함이 온몸으로 퍼진다. 호떡 노점은 겨울철 인기 메뉴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달콤한 설탕과 견과류, 호박 씨앗이 듬뿍 들어간 호떡을 만날 수 있다.
이들 길거리 맛집은 저렴한 가격(빈대떡 5,000원 내외, 떡볶이 3,000~4,000원)으로 푸짐한 양을 자랑하며, 혼자서도 간편하게 포장해 다니며 먹기 좋다. 학생 신분이라면 1인당 10,000원으로 둘 이상의 메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다만 주말이나 야간 시간대에는 줄이 매우 길어질 수 있으므로, 이른 오후나 늦은 밤 한산한 시간을 노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시장 내 공용 테이블은 회전율이 빨라 오래 앉아 있기 어렵기 때문에, 친구들과 돌아가며 자리를 맡은 뒤 번갈아 가며 주문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미쉐린 가이드 등재 고급 한식당 탐방
지난 몇 년간 서울에는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한식당도 함께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가온(gaon)’은 계절별 식재료를 엄선해 놓고 10코스 정도의 정찬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봄에는 제주산 돌미나리와 제철 두릅을 활용한 전채 요리를, 가을에는 강화도 유기농 배추로 담근 김치를 곁들인 국물을 선보인다. 코스마다 셰프가 직접 설명을 곁들여 주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한층 깊어진다.
‘밍글스(mingles)’는 한식의 기본 맛을 유지하되 서양 조리 기법을 적절히 접목해 새로운 미각 경험을 제공한다. 그 예로 숙성 돼지고기를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한 뒤 배 발효 소스와 곁들여 내는 요리는, 육즙이 살아 있으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프라이빗 룸 위주의 공간 배치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자 하는 대학생 그룹에게도 적합하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또 다른 고급 한식당인 ‘정식당(jungsik)’은 모던 코리안 퀴진의 선두주자다. 매장 인테리어는 한국의 전통 색인 오방색을 모티프로 한 조명과 가구로 꾸며져 있어, 식사 전후에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이곳은 15코스 전채에서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마다 바뀌는 테이스팅 메뉴가 특징이다. 1인당 20만 원 대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고급 미식을 경험해 보고자 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이들 레스토랑은 모두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특히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한 달 전에도 예약이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예약은 전화 또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며, 학생 신분이라면 평일 런치 타임을 공략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복장 규정은 대체로 스마트 캐주얼 수준을 권장하므로, 반바지나 슬리퍼보다는 셔츠와 슬랙스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컬 푸드 트럭 페스티벌 일정 및 먹방 팁
서울 곳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푸드 트럭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가장 유명한 축제 중 하나는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푸드 트럭 페스티벌’이다. 매년 봄과 가을, 주말 이틀 동안 진행되며 100여 대의 트럭이 참여해 타코, 브리또, 퀘사디아 같은 세계 각국의 길거리 음식을 선보인다. 인파가 많아 인기 메뉴는 서둘러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으며, 현장에서는 모바일 결제와 현금 모두 사용 가능하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광장에서는 주말마다 소규모 푸드 트럭 마켓이 열린다. 이곳에서는 수제 버거와 팝콘 치킨, 수플레 팬케이크 등 대학생 취향의 가벼운 메뉴가 중심을 이룬다. 테이블이 협소하므로 돗자리나 휴대용 의자를 가져가면 편리하다. 간혹 버스킹 공연과 연계해 문화 프로그램을 상영하기도 하므로, 간식을 즐기며 음악을 감상하는 묘미를 누릴 수 있다.
먹방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스마트폰 삼각대나 셀카봉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자연광이 풍부한 낮 시간대에 방문하면 음식 본연의 색감이 살아나며, 동대문 디자인 조명은 야간 촬영 시 인스타그램 감성을 극대화해 준다. 또한 여러 가지 메뉴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친구들과 메뉴를 나눠 먹거나 1인용 샘플러 세트를 판매하는 트럭을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산은 1인당 2만 원 정도면 3~4가지 메뉴와 음료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길거리 음식의 자유로운 분위기부터 미쉐린 가이드 고급 한식당의 정교함, 그리고 트렌디한 푸드 트럭 페스티벌까지 한국 미식 여행은 선택의 폭이 넓다. 20대 대학생 구독자라면 학기 중 짬을 내어 가성비와 특별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이 코스를 참고해 나만의 미식 여정을 계획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