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도로 대신 4번 국도 힐링 드라이브
서울을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물론 경부고속도로지만, 때로는 속도를 내려놓고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콘크리트 벽과 높은 톨게이트를 벗어나 국도 4번을 선택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잊고 있던 여유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구리·남양주 구간에 들어서면 강변을 따라 펼쳐진 자전거도로와 한강 풍경이 시야를 채우고, 도로 오른편으로는 고즈넉한 논밭과 과수원이 어우러진 농촌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초여름이라면 유채꽃밭과 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평에 다다르면 한강 줄기를 따라 자리한 터널과 구불구불한 도로가 드라이브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용문산역 인근의 굽이치는 길은 운전의 묘미를 경험하게 한다. 길가의 작은 카페에서는 직접 내린 원두커피 향이 퍼지고, 벽면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그린 풍경화가 걸려 있어 잠시 차를 멈추고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양평을 지나 충주 방향으로 향할 때는 도심 대신 자연을 품은 국도만의 낭만이 이어진다.
충주 근처에서는 산자락을 에워싼 도로를 따라 성터와 옛 나루터 터가 남아 있어, 잠시 역사와 만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국토의 중심부를 지나는 만큼 주변 논밭과 작은 저수지, 기와집 처마가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풍경은 대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낭만이다. 특히 석양이 지는 오후 시간대에는 길 위에 비친 붉은 노을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느린 속도로 달리다 보면 휴게소보다는 작은 마을의 분식집이나 국밥집에서 현지인의 속 깊은 환대를 만날 수 있고, 좁다란 삼거리에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막 담근 깻잎 장아찌를 권하기도 한다.
이처럼 4번 국도 힐링 드라이브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길 위의 사색과 여유를 함께 선물한다. 시속 100킬로미터가 아니라,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릴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전해주지 못한 작은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여정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여행’으로 완성된다.
충청도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 & 전통시장 들르기
국도 4번이 지루해질 즈음, 충북 충주와 진천을 지나 충청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시 숨을 돌려보자. 표지판에 나타나는 ‘충주 휴게소’와 ‘진천 휴게소’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작은 미식 축제’다. 충주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가 유명한데, 고소한 호두의 풍미와 달콤한 팥소의 조화가 드라이브의 피로를 한순간 풀어낸다. 충주 사과로 만든 사과장아찌도 별미라, 고속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는 과일의 신선함이 인상적이다.
진천 휴게소로 넘어가면 부추전과 산채비빔밥이 인기 메뉴다. 진천 인근의 청정 계곡에서 자란 산나물을 즉석에서 무쳐 내는 산채정식은 건강한 맛을 강조한다. 또, 휴게소 한켠에 마련된 매점에서는 맛깔스러운 충청도식 두부 두루치기 밀키트를 판매해, 숙소에 도착한 뒤에도 간편하게 집에서 현지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전통시장을 찾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괴산 전통시장이나 보은 오일장에 들르면, 마늘과 대추, 버섯 등 충청도의 대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시장 골목 한쪽에 자리한 칼국수집에서는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육수가 어우러진 한 그릇을 맛볼 수 있고, 돼지갈비 골목에서는 숯불 향이 배인 고기 한 점이 여행의 허기를 채워 준다. 전통시장의 활기는 지역 어르신들의 손놀림과 흥정 소리에서 비롯되며, 그 안에 스며든 오랜 세월의 맛과 풍경은 고속도로 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짜 ‘로컬 감성’을 전해 준다.
이처럼 충청도 구간에서는 휴게소의 깔끔한 편의성과 전통시장의 사람 냄새가 함께 어우러진다. 드라이브 중간중간 맛집과 시장을 오가며, 속도보다는 맛과 사람에 집중할 때 여행은 더욱 풍성해진다.
부산 해운대 도착 후 해변 야경 코스
국도를 따라 약 6시간쯤 달리면, 마침내 부산 해운대에 당도한다. 탁 트인 동해바다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운대 일대는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 일몰이 지나 어둠이 깔릴 즈음, 백사장 위로 켜진 가로등과 바다를 비추는 조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해운대해변공원 산책로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자.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둠 속에서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시장과 포장마차의 불빛이 반짝인다.
해운대 구남로를 걷다 보면,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어묵 꼬치와 달콤한 호떡 냄새가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포장마차 자리마다 다른 메뉴를 선보이니, 가벼운 한 끼로는 어묵과 떡볶이, 오징어튀김을 추천한다. 특히 해운대 어묵은 일반 어묵보다 쫄깃해, 씹을수록 깊은 감칠맛이 돈다.
해변을 빠져나와 동백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산책로 끝자락에 위치한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불빛에 밝게 빛난다. 이곳 너머로 펼쳐진 광안대교의 야경은 부산 로드트립의 하이라이트다. 교량 아래로 물결치는 파란색 조명이 밤바다를 수놓고, 때마침 지나는 유람선의 불빛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해운대 스카이 캡슐이나 전망 카페를 찾아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20층 이상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해변과 광안리, 센텀시티의 빌딩 숲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시원한 칵테일 한 잔을 곁들이며 반짝이는 해변을 바라보면, 길 위에서 느낀 피로와 설렘이 모두 잊힌다. 부산까지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해운대의 밤바다를 배경으로 여행의 기록을 사진에 담는 것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