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묘(Temple of Literature)의 유래와 건축
하노이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사원 중 하나인 문묘는 1070년 리다이토왕(李太祖)이 국내 최초의 국립 대학인 국자감을 설립하면서 유교 교육과 관료 양성을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당시 문묘는 유학의 가르침과 제례를 위한 공간을 갖춘 유교 사원으로, 중국 남송(南宋)의 성리학적 이상을 반영한 건축 양식을 채택하였다. 대문인 문묘문(文廟門)을 지나면 첫 번째 정원인 문헌단(文獻壇)이 등장하는데, 이곳에는 성현을 기리는 제례석과 돌거북 위에 세워진 비가 위치해 있다. 커다란 비문의 글씨는 조선의 유학자들이 남긴 글귀로 전해지며, 현판 글씨체 역시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한다.
문묘의 중심 건물인 전당(殿堂)은 목조 기둥 위에 기와지붕을 얹은 전통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베트남 전통 기와 양식을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건물 곳곳에는 용 모양의 처마 장식과 연꽃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유학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연꽃의 순수성과 왕권의 권위를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전당 내부에는 중국 유교 사서인 『논어』와 『맹자』 등 경구를 기록한 현판이 걸려 있고, 제례를 위한 문묘제전(文廟祭典)이 매년 음력 9월에 거행되어 과거시험을 치르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1954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 여러 차례의 보수와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프랑스 식민지 시절 훼손되었던 부조와 목조 장식이 원형대로 복원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UNESCO 지정 아시아 문화유산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디지털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원본 벽돌의 재질과 시멘트 모르타르 조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였다. 복원 담당자는 “재질 분석을 통해 당시 건축 기술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묘는 유교 교육과 제례의 공간이자 베트남 고유의 건축 양식을 담은 문화재로서, 하노이 구시가지 역사 여행의 출발점으로 손색이 없다. 방문객은 문묘를 통해 10세기부터 시작된 베트남 성리학의 흐름을 몸소 느끼며, 아시아 전통학문과 건축술이 만나는 지점을 체험할 수 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 전설과 산책 코스
호안끼엠 호수는 구시가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심 속 오아시스로, 이름은 ‘되돌려준 검(還劍)’이라는 뜻을 지닌 전설에서 유래한다. 15세기 말 레로이(黎利) 장군이 물가에서 신비로운 거북이를 만난 후 얻은 보검으로 명나라의 대규모 침략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호수 남쪽의 응옥선사(玉山祠)에 전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레로이는 승전 후 검을 거북이에게 돌려주며 “나라를 위한 칼이니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 일화는 호수 주변의 동상과 시비(詩碑)에 각인되어 있어, 방문객은 산책하며 문학적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변 산책 코스는 대략 2.5km로, 호수 외곽을 한 바퀴 도는 데 약 40분이 소요된다. 출발점은 북쪽의 턴키(Turtle) 다리, 이어 동쪽 산책로의 카페 거리, 남쪽 응옥선사와 거북 조각상, 서쪽의 선탠 스폿(Sun Tan Spot)과 구시가지 전경 포토존, 마지막으로 책 거리 구간으로 이어진다. 각 지점마다 베트남 전통과 현대 문화가 조화를 이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야간 산책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가로등 불빛과 호수에 비친 전경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편의 수묵화 같다. 특히 등불 축제 기간에는 형형색색의 등롱이 호수를 따라 띄워지며, 소원을 적은 등불이 밤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체험으로 남는다.
이처럼 호안끼엠 호수는 전설과 문화를 간직한 채, 구시가지 역사 여행의 두 번째 여정으로서 자연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산책 코스를 제공한다.
동쑤언 시장의 전통 수공예품과 먹거리
하노이 구시가지 최대 규모의 전통 시장인 동쑤언 시장은 19세기 초에 형성된 이후 상업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3층 구조의 건물은 2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1층에는 신선한 농수산물과 향신료, 2층에는 수공예품과 기념품, 3층에는 의류와 섬유 제품이 즐비하다. 특히 2층의 장인 골목에서는 전통 기법으로 제작된 래커웨어와 실크 자수,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nón)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래커웨어는 특유의 광택이 돌고, 자수 작품에는 전통 문양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수공예품 구매 팁으로는 오전 9시 이전에 방문해 상인과 직접 제작 과정을 살펴본 뒤 가격을 협상하는 것이다. 베트남어로 흥정할 때 “반디에 싸이 좀 깎아 주실래요?”라고 말하면 5~10% 할인받는 경우가 많다. 2024년 한국 무역대학 학생들이 진행한 ‘베트남 크래프트 교류’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장인들과 자수 기법을 배우며 시장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시장 내 먹거리 역시 동쑤언 시장의 매력을 더한다. 대표 메뉴인 분짜(Bún Chả)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허브가 어우러진 국수 요리로,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인접한 커피 스탠드에서는 전통적인 카페 수아(단 연유 커피)와 카페 츄엉(계란 커피)을 판매하며, 한국 대학생 단체 여행 중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노점 분짜는 2만 동(약 1,000원)에 소포장 분짜를 제공해 가볍게 즐기기에 좋고, 간식으로는 바게트에 파테와 햄, 신선한 야채를 넣은 반미(Bánh Mì)를 추천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아점(아침+점심)으로 반미 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처럼 동쑤언 시장은 전통 수공예품을 감상하고 현지 음식을 맛보며 베트남 생활 문화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구시가지 역사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방문객은 시장의 분주한 활력 속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느끼고 다양한 기념품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