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도시장 생선회·굴구이 먹방
포항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죽도시장은 전국 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포항 굴을 비롯해 싱싱한 활어회가 풍성하게 펼쳐지는 동해안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이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방금 잡아 올린 광어·우럭·도다리 등 제철 활어가 쉴 새 없이 경매에 넘어가고, 시장 한편에 마련된 횟집에서는 언제나 막 썰어낸 회를 주문 즉시 맛볼 수 있다. 칼끝에 힘을 줘 얇게 썰어 낸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면 해풍을 머금은 바다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고, 쫄깃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곁들여지는 매콤달콤한 초고추장과 무채, 상추쌈까지 곁들이면 적당한 조화가 이루어져 빈말이 아니라 어느 새 접시가 비워진다.
횟감으로 배를 채웠다면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굴구이 골목을 찾아보자.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통통한 굴은 특유의 고소함과 짭조름함을 동시에 머금고 있어 간단한 소금간만으로도 그 맛이 깊고 풍성하다. 굴껍데기를 양손으로 들고 뜨거운 육즙을 흘려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고, 바다 내음이 코끝에서 퍼져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시장 각 점포마다 굴구이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얼얼한 고추장 삼합이나 마늘간장 소스 등을 제공하는 곳을 골라보면 다른 집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점심 시간대에는 손님이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나, 시장 안 카페나 분식점에서 간단히 식전 요기를 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일출 감상
죽도시장에서 충분히 먹고 나면 곧장 동해안을 따라 호미곶으로 향한다. 자동차로 약 30분, 버스로도 접근 가능한 호미곶은 한반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해 ‘해돋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해맞이 광장 중앙에 위치한 손모양 조각 공원과 ‘상생의 손’ 조형물은 사진 명소로 손꼽히며, 동해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한껏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다. 일출 시각은 계절에 따라 다르나, 겨울 기준으로 새벽 7시 전후, 여름에는 5시 30분 무렵이므로 전날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이른 새벽의 바닷바람은 차갑게 느껴지나, 태양이 수면을 비추며 점차 붉게 물들어 가는 광경은 피로를 잊게 하는 장관이다.
광장 곳곳에는 의자와 난간이 설치돼 있고,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파는 포장마차도 있어 따뜻한 음료를 손에 들고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일출 직후에는 붉은 여명과 바다 물결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색채를 연출하며,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정점에 이르면 잠시 정적이 흘러 여행자가 자연 앞에 겸허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을 원한다면 삼각대를 지참하거나 바위 모서리에 카메라를 고정해 두는 것이 좋고,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HDR 모드를 활용해 하늘과 바다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을 추천한다.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과 포항 막걸리
호미곶에서 가슴 벅찬 일출을 감상한 뒤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면 이른 아침에도 한적한 산책이 가능하다. 널찍한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영일대는 도심 속 해변 공원처럼 잘 조성돼 있어,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해의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해안가에 설치된 갤러리와 조각 공원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해변 끝자락에 자리한 영일대 등대는 파노라마 바다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간단한 입장료만 지불하면 계단을 올라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포항의 전통 막걸리 한 잔으로 여정을 마무리해 보자. 포항 막걸리는 쌀알이 씹히는 진한 농도를 자랑하며, 적당한 단맛과 상큼한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주변 막걸리집에서는 고소한 파전이나 해물파전, 어묵전 등을 곁들여 내놓는데, 특히 해변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주는 감칠맛과 막걸리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여행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전통 방식으로 빚어낸 손막걸리 뿐 아니라 현대식 막걸리 칵테일을 판매하는 곳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해 보자. 해변가 포장마차 거리나 인근 골목 술집을 찾아가면 1만원 내외로 두세 명이 충분히 즐길 수 있어 가성비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이처럼 포항의 죽도시장, 호미곶, 영일대 해수욕장을 잇는 당일 코스는 맛과 볼거리, 산책과 전통주의 낭만까지 고루 누릴 수 있어 20대 대학생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다음 여행 계획에는 활어회의 싱싱함, 동해 일출의 장엄함, 그리고 전통 막걸리의 정취를 한꺼번에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