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타운의 스트리트 아트 투어
페낭의 수도 조지타운(George Town)은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그래피티·벽화가 있어 ‘거리 예술의 천국’이라 불린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심 구역은 좁은 골목과 노후한 영국 식민지 시절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특징이다. 이 지역에 최초로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리투아니아 출신 예술가 어니스트 자카레빅(Ernest Zacharevic)으로, 2012년 “소녀와 자전거”(Children on a Bicycle)를 시작으로 “비밀의 동물원”(Secret Zoo) 등 6점 이상의 대표작을 남겼다. 특히 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아이들이 벽화를 넘어와 함께 노는 듯한 착시 효과를 느낄 수 있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PenangStreetArt를 단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
투어는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현지 시간 기준으로 오전 9시 이전에는 인파가 적어 여유롭게 촬영할 수 있고, 주변 카페도 한산해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20대 대학생 김모씨 일행은 해가 뜨기 전인 오전 7시 반부터 벽화를 찾아다니며 “차가운 골목길이었지만, 그림에서 전해지는 따스함 덕분에 활력을 얻었다”고 전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카레빅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지 예술가들이 페낭의 다문화 정체성을 주제로 제작한 무명 벽화도 다수 있다. 말레이·중국·인도 문화가 뒤섞인 거리의 모습, 흥정하는 상인의 모습, 어묵 요리의 향기가 느껴지는 묘사까지, 다양한 소재가 담겨 있어 탐방 동선에 따라 매번 새로운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관광 안내소나 유명 카페 ‘China House’ 앞에서 배포하는 지도를 참고하면 놓치기 쉬운 숨은 작품까지 챙길 수 있다. 편안한 운동화와 카메라, 가벼운 간식만 준비해도 반나절 코스로 충분하며, 골목길이 좁고 미끄러운 곳이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페낭 힐과 켁록시 사원 체험
페낭 힐(Penang Hill)은 해발 830m 높이의 산악 지대로, 휴양과 자연 탐방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건설된 케이블카(진정한 의미의 ‘펀리컬러’)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조지타운 시가지를 비롯해 안도만해(Andaman Sea)가 한눈에 펼쳐진다. 해돋이 시간대인 오전 6시 30분에는 주변이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가, 곧 구름 바다가 걷히며 멀리 보이는 섬들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4월 초, 동아대학교 여행 동아리 학생 15명은 새벽 5시에 집결해 케이블카를 탑승했고,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이국적 풍경에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산 정상에는 영국 군용 벙커와 초기 정원사들이 가꿨던 열대 식물원(성인 키 높이의 오키드 군락 등)이 남아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트레킹 코스는 왕복 3시간가량이 소요되나 경사가 급하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이 적으며, 다양한 원숭이와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단, 원숭이가 음식물을 탐내고 소지품을 낚아채는 사례가 빈번하니 음식은 밀봉된 용기에 보관하고 가방을 단단히 채워야 한다.
산기슭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인 켁록시 사원(Kek Lok Si Temple)이 자리하고 있다. 1891년에 창건된 이 절은 전통 중국 건축양식과 말레이·태국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양관(兩觀)이 특징이다. 30층 높이의 만불대(萬佛臺) 정상에는 청동으로 제작된 관음보살상이 우뚝 서 있어, 해질 무렵 노을과 맞물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농历(음력) 설 연휴가 시작되는 2월 중순에는 화려한 등불축제가 열려, 붉고 노란 전등이 사원을 밝히는 장면이 마치 옛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자원봉사 사원의 안내를 받으면 사원 역사와 각 건축물에 깃든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페낭 전통 음식과 현지식당 리뷰
‘동남아 요리 여행’ 하면 대부분 태국·베트남을 떠올리기 쉽지만, 페낭 역시 다채로운 전통 음식이 가득한 미식의 섬이다. 대표 메뉴로는 볶음면인 차퀘이티아오(Char Kway Teow), 매콤한 어육탕 Assam Laksa, 인도식 카레와 난이 어우러진 나시칸다(Nasi Kandar)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곳은 조지타운 근교에 위치한 ‘매콤한 자매 식당(Sister Aini’s Stall)’이다. 자매가 1970년대부터 이어온 노포(老鋪)로, 차퀘이티아오는 한 그릇에 12링깃(약 3,600원)이며 직접 조린 돼지고기와 해산물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애초에 유명세를 타기 전인 2018년, 부산대 학생들이 우연히 들러 맛본 뒤 SNS에 “한국의 짜장볶음면과는 또 다른 중독성”이라며 소개했고, 이후 20대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식당 내부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간이형 테이블 8석이 전부로, 점심시간(정오~오후 2시)에는 종종 대기줄이 형성된다. 나시칸다는 도심 한복판 ‘Roti Canai House’에서 맛볼 수 있는데, 닭 커리와 양고기 커리가 각각 10링깃, 난 종류는 2링깃부터 구입 가능하다. 특히 크리미한 인도식 빵인 파라타(Paratha)는 바삭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또한 바닷가 야시장으로 유명한 거니 드라이브(Gurney Drive) 푸드코트는 밤이 되면 현지인·관광객이 뒤섞여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그곳의 새우 국수(Prawn Mee)는 8링깃으로, 말레이시아 현지인이 “비 오는 날 더욱 생각나는 맛”이라고 표현할 만큼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현지 대학생 최모씨는 “장학금 발표 날 스트레스를 풀려고 야시장을 찾았는데, 매콤한 액젓 소스가 더해진 국물 한 모금에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페낭의 전통 음식은 대체로 저렴하면서도 그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어, 음식 한 그릇만으로도 페낭 사회의 다문화적 특성을 체감할 수 있다. 다음 여행에서는 평일 저녁 일찍 가서 줄을 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맛집과 노점이 혼재한 페낭의 식탁에서 직접 현지인처럼 맛보고 흥정하며, 여행의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