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쿠알라룸푸르 도심 탐방

by goodxpert 2025. 5. 9.

석양빛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CC 파크 분수쇼,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KL 타워가 어우러진 쿠알라룸푸르 도심 전경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방문기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이자 말레이시아 현대 건축의 정수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해질 무렵 방문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높이 452미터, 88층으로 이루어진 이 쌍둥이 빌딩은 1998년 완공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 타이틀을 자랑해 왔다. 주중에는 현지 직장인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줄을 서서 스카이브리지 관람권을 구매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실제로 지난 4월 초, 교환학생으로 온 김민준(22) 씨는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1시간 대기였지만, 41층에서 맞이한 도시 전경은 기다림을 충분히 상쇄했다”고 전했다. 스카이브리지는 두 타워를 연결하는 170미터 길이의 다리로, 내부에서는 쿠알라룸푸르 전경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다.

관람권은 온라인 사전 예매가 권장된다. 성수기인 주말과 현지 공휴일(5월 1일 노동절, 8월 31일 독립기념일 등)에는 매진이 잦기 때문이다. 예매 시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하면 줄 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타워 안에 위치한 쇼핑몰 ‘Suria KLCC’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현지 길거리 음식을 맛보며 대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인근 KLCC 파크에서 벤치에 앉아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SNS에서 인기가 높은 ‘인생샷’이 완성된다.

페트로나스 타워 아래 광장에서는 매일 저녁 7시와 8시에 분수쇼가 펼쳐진다.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쇼는 약 10분간 진행되며, 주변에 자리 잡은 현지 가족과 커플, 여행자들이 함께 감상한다. 20대 대학생 여행자 이소영(21) 씨는 “분수쇼를 본 뒤 타워 입구 카페에서 말레이시아식 커피인 ‘테타릭’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니 말레이시아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낮과 밤, 방문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낮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을, 밤에는 도시의 불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환상을 만끽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 도심 탐방의 첫걸음으로 이곳을 선택한다면 말레이시아의 발전상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목격하게 될 것이다.

 

머르데카 광장과 이슬람 건축물 이야기

페트로나스 타워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머르데카 광장은 말 그대로 ‘독립’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1957년 8월 31일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곳에는 당시 영국·말레이시아 연합기구의 깃발이 내려지고 말레이시아 국기가 게양된 상징적인 순간을 재현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위치한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은 아랍과 인도, 유럽식 요소를 결합한 이슬람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붉은 벽돌과 은빛 돔, 아치형 창문이 조화를 이루며 역사적 장엄미를 발산한다.

건축학과 학생들의 견학 코스 중 하나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팀은 교수 지도 아래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한 학생은 “교실에서만 보던 문양과 구조를 실제로 마주하니 수업 시간의 개념이 현실로 확장되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맞은편에는 메르데카스퀘어 역사가 담긴 작은 박물관이 자리해 독립 전후 시기의 사진과 자료를 전시한다.

머르데카 광장의 남쪽 끝에는 100미터가 넘는 국기게양대가 우뚝 서 있어 사진 명소로 꼽힌다. 오전에는 태양을 등지고 깃발을 바라보면 선명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고, 오후 늦게는 노을빛을 배경으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현지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면 광장 주변의 이슬람 사원, 인도 사원,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를 안내받아 말레이 반도 문화의 다양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차이나타운 끝자락에 위치한 자멕 모스크(Jamek Mosque)는 1909년 건립된 쿠알라룸푸르 최초의 모스크로, 흰색 외관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으며, 내부 가이드 투어를 통해 이슬람 예배 공간과 전통 문양의 의미를 해설로 들을 수 있다. 머르데카 광장은 말레이시아가 걸어온 길과 현재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역사·문화 교차로로, 도심 속에서 다채로운 건축 양식을 체험하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다.

 

KL 타워에서 즐기는 전망과 저녁 노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머르데카 광장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한 KL 타워(Kuala Lumpur Tower)는 해발 421미터 높이로 말레이시아 통신사의 송신탑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관광 명소로 사랑받는다. 타워 전망대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뷰를 제공해 도심 전경은 물론 멀리 보르네오 섬까지도 조망할 수 있다. 오후 5시경 전망대를 방문하면 낮의 푸른 하늘과 도시의 콘트라스트를 충분히 즐긴 뒤, 서서히 붉게 물드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 중에는 저녁 노을과 함께 회전 레스토랑 ‘아트모스피어 360(Atmosphere 360)’에서 식사를 예약한 이들이 많다. 이 레스토랑은 48층 높이에 위치해 90분 주기로 회전하며 식사 내내 창밖으로 변하는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 달, 연인과 함께 방문한 박지현(24) 씨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인 나시르막과 사테이, 차후디 등 현지 요리를 맛보며 이동해 가는 도시 전경을 바라보는 경험이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KL 타워 입장권은 페트로나스 타워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사전 예매가 가능하며, 전망대+레스토랑 패키지로 구입하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에도 야간 조명이 켜진 도심의 반짝임을 내려다보면 쿠알라룸푸르가 “빛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밤이 깊어지면 타워 아래 숲속 레인포레스트 생태공원(Bukit Nanas Forest Reserve) 산책 코스를 추천한다. 조명이 드문드문 켜진 산책로를 걸으며 도심 속에서도 열대우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KL 타워는 단순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