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섬 산책과 메타세쿼이아길 포토존
춘천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 중 하나가 바로 남이섬이다. 한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섬이지만, 사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특히 메타세쿼이아길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숲길이 20대 대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남이섬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새소리와 물결 소리가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섬의 가장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봄이면 연한 초록빛 나뭇잎으로,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겨울이면 눈꽃으로 빛나며 매번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일출과 일몰 무렵에는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황금빛 기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진 촬영 명소로 손색이 없다.
남이섬에 들어서면 우선 배로 건너야 하는데, 삼봉휴게소나 춘천 시내의 소양강댐 인근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진입하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북한강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어 출발부터 설렘이 가득하다. 남이섬 입구에 내리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책로가 이어지며, 널찍한 잔디밭과 작은 분수대, 그리고 공방과 카페가 조성된 중앙 광장을 만날 수 있다. 중앙 광장에서 메타세쿼이아길 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다 보면 양쪽으로 높이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숲길은 약 800메터 정도 이어지며, 걷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평탄한 길이어서 사진 촬영과 함께 여유롭게 사색하기 좋다.
메타세쿼이아길 중간중간에는 포토존 표지판과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표시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특히 길 양옆에 놓인 벤치에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계절에는 안개 낀 신비로운 풍경이, 눈 내린 겨울에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길 끝자락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가 자리 잡고 있어 메타세쿼이아 잎사귀를 모티브로 한 엽서나 액세서리, 남이섬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 등을 구매해 추억을 간직할 수도 있다.
남이섬 곳곳에는 잘 닦인 산책로 외에도 자전거 대여 구역이 있어,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이른바 ‘바람개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지나면, 작은 동산 위에 세워진 남이섬 기념 비행기 조형물과 호숫가에 세워진 ‘사랑의 자물쇠’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커플은 물론 친구, 가족 누구와 함께 와도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에 적합하다.
남이섬을 한 바퀴 돌며 숲의 향기를 맡고, 물살 위로 비치는 햇살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평소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겹 한 겹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자칫 계절별 날씨 변화에 따라 이용객이 몰리는 시기가 있으므로, 보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 일찍 방문하거나, 계절 전환기인 초여름(5월 중순)이나 늦가을(11월 초)에 찾는 것을 추천한다.
강촌 레일바이크 체험과 자전거 도로
남이섬을 둘러본 뒤 강촌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강촌은 아름다운 북한강이 흐르는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와, 폐철도를 재활용해 만든 강촌 레일바이크로 유명하다. 레일바이크는 철로 위에 두 명이 나란히 앉아 페달을 밟으면 움직이는 형태로, 게속해서 북한강변을 따라 유유히 달리는 동안 주변 산세와 물가 풍경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친구나 연인과 함께 호흡을 맞춰 페달을 밟으면, 마치 어릴 적 놀이기구를 탄 듯한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강촌 레일바이크는 사전 예약이 가능한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일찍 예약이 마감될 수 있으므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미리 인터넷 사이트 또는 현장 매표소를 통해 이용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대략 한 구간당 왕복 약 8킬로미터 정도로, 성인 기준으로 두 명이 약 1시간 정도 페달을 밟으면 완주할 수 있다. 코스 중간에는 강촌역 인근 다리를 건너는 구간이 있고, 강변에 놓인 작은 카페와 휴게소를 지나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풍경이 압권이다.
레일바이크 탑승 후 철길 끝 지점에 도달하면 잠시 내려서 북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인근 강촌역 근처에서 간단한 간식을 구매해 먹을 수도 있다. 특히 레일바이크 코스 중반부에는 철길 위로 나무 다리가 걸쳐져 있어, 자전거 바퀴가 나무판 위를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정겨움을 더해 준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를 활용해 만든 코스이기에 안전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고, 안내 요원이 상시 대기하며 주의를 환기하므로 처음 페달을 밟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여행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심에 젖어볼 수도 있다.
레일바이크 체험을 마친 뒤에는 강촌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북한강변을 따라 라이딩을 이어가보자. 강촌역을 출발해 상류 방향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총 길이가 약 15킬로미터에 이르며, 평탄한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어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북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물길 위로 반사되는 햇빛을 감상하기 좋다. 사진 찍기에 좋은 포인트도 많아 SNS에 공유할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양양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철교 아래를 지나는 구간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철교 아래로 내려다보면 물살 위를 가로지르는 작은 배들이 떠다니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 가끔 나타나는 경사 구간인데,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강변 쪽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을 잘 확인해 두면 지정된 쉼터나 화장실, 편의점 위치를 알 수 있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강촌 자전거 도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특히 가을철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도로 양쪽으로 울긋불긋 물든 산자락과 물 위에 비치는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황홀한 라이딩을 선사한다. 또한 봄철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도로를 따라 피어 있어 꽃길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은 오전 시간대를 선택하면 더욱 쾌적한 코스를 만끽할 수 있다.
막국수·닭갈비 맛집 탐방
춘천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는 막국수와 닭갈비가 빠질 수 없다. 춘천 시내 곳곳에는 오래된 전통 막국수집과 닭갈비 골목이 형성돼 있어, 자전거 여행 중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들러봐야 할 코스다. 막국수는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차가운 육수에 담아 새콤달콤하게 비벼 먹거나, 비빔 막국수로 고추장 양념과 각종 채소를 곁들여 매콤하게 즐기는 두 가지 방식이 대표적이다. 춘천 막국수의 육수는 닭육수와 소뼈 육수를 혼합해 끓여내기 때문에 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면발은 메밀 함량이 높아 색이 짙은 편이며,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강촌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춘천 시내로 진입하면 닭갈비 골목이 위치한 중앙로 일대가 나타난다. 닭갈비는 양념된 닭고기를 불판 위에 볶아 각종 채소와 떡, 당면 등을 함께 조리하는 음식으로, 춘천 닭갈비는 특히 고추장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이곳의 닭갈비집들은 대부분 테이블 중앙에 회전판이 달린 가스 불판을 사용해, 함께 간 친구나 연인과 마주 앉아 불판 위에서 닭과 채소를 볶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볶음이 어느 정도 익으면 계란물을 부어 치즈 계란찜을 만들어 주는데, 매콤한 닭갈비를 부드럽게 중화시켜 주어 맛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춘천 시내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막국수집과 닭갈비집을 찾으려면, 대부분 강촌역 방향에서 멀지 않은 중앙로 5가나 6가 부근을 추천한다. 이 일대에는 30년이 넘은 전통 맛집도 종종 발견되며, 현지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막국수집에서는 직접 담근 김치와 시원한 무절임이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며, 닭갈비집에서는 볶음 후 남은 기름진 국물에 숟가락으로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볶음밥 서비스가 별미다. 특히 볶음밥은 김치와 파, 김가루를 고루 섞어 불판 위에서 고슬고슬하게 볶아 주는데, 닭갈비의 양념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밥 한 숟갈만으로도 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20대 대학생 독자라면 여행 중 예산을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식사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막국수 한 그릇은 대체로 7,000원에서 8,000원 선, 닭갈비는 1인분 기준으로 9,000원에서 12,000원 선이며, 둘이서 한 상 차려도 2만 원 내외로 든든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일부 식당에서는 계절별 제철 재료를 활용한 특별 메뉴를 선보이기도 하므로, 계절에 맞는 별미를 맛보고 싶다면 미리 가게 메뉴판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여행의 마무리로는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중앙시장에서 기념품으로 닭갈비 양념 소스나 메밀가루 키트를 사 가는 것도 추천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직접 춘천의 맛을 재현해 볼 수 있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제격이다. 춘천 남이섬과 강촌 자전거 여행을 마친 뒤, 따뜻한 막국수 한 그릇과 매콤달콤한 닭갈비를 맛보며 하루를 정리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봄·가을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