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성산일출봉 일출 감상과 섭지코지 산책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기 전, 성산일출봉의 정상에서는 동틀 무렵 바다 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마주할 수 있다. 아직 하늘이 어두울 때부터 성산일출봉 입구에 도착해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올라가는 길목마다 펼쳐진 기암괴석과 억새밭에 아침 이슬이 맺힌 모습을 눈으로 담아보자. 겨울철이라면 차가운 바닷바람이 머리끝을 스치지만, 해가 떠오르는 순간 느껴지는 열기와 함께 몸속까지 전해지는 따스함은 어떤 캔커피나 핫초코보다 값진 에너지로 다가온다.
성산일출봉 정상에 오르면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제주 동부 해안과 무인도, 그리고 짙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점점 떠오르며 하늘의 색이 분홍빛에서 오렌지빛으로, 다시 황금빛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누구나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에 휩싸인다. 이곳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잠시 벤치에 앉아 차분히 숨을 고르며 주변 풍경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올랐다 싶을 때 내려와 인근 카페에서 간단한 조식을 해결하거나 성산포항 근처에서 막 잡아 올린 활어회로 아침 식사를 추천한다. 특히 겨울철 성산포의 방어회나 광어회는 신선도가 남다르니, 여행 첫날부터 제주의 바다 맛을 제대로 체험할 기회다. 따뜻한 국물 요리가 필요하다면 성산시내 작은 식당에서 손수 끓인 해물뚝배기를 선택해보자. 탱글탱글한 조개와 오징어, 새우 등이 한데 어우러진 뚝배기는 차가운 몸을 금세 녹여준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섭지코지로 향한다. 성산리에서 불과 10분 남짓 거리지만, 작은 오름과 들판 사이를 가르는 도로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섭지코지 입구에 도착하면 넓게 펼쳐진 초지 위에 갈대가 물결치고, 기암절벽 너머로 펼쳐진 동해바다가 시야를 사로잡는다. 겨울철에는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으므로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편한 운동화를 신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다.
섭지코지 등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온전히 바다를 향해 나 있어, 걸을수록 탁 트인 바다 풍경이 시선에서 사라질 틈이 없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 스팟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어, 요즘 유행하는 감성 사진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억새밭 사이로 불어오는 해풍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면,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는 매서운 겨울 기운마저 여행의 일부로 다가온다.
등대를 지나 작은 몽돌해변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왕복 1시간가량 소요되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다 저편을 바라보면 눈앞의 돌 한 알 한 알이 마치 푸른 빛을 담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몽돌이 부딪히는 소리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걷다 보면 마음 한편이 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주변 카페에서 따뜻한 녹차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오후 일정을 계획해보자.
늦은 오후에는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작은 박물관이나 기념품점들을 둘러보며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인근 해녀박물관에서 제주 해녀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특히 겨울철 제주는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게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천연 온천이나 근처 찜질방에서 피로를 푸는 일정을 추천한다. 하루 종일 바다와 오름을 누빈 피로를 따뜻한 온천으로 달래면서, 제주에서의 첫날을 조용히 마무리해본다.
둘째 날: 한라산 등반 코스와 오설록 티뮤지엄 방문
이른 아침, 제주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한라산 등반이 빠질 수 없다. 겨울철 한라산은 정상부에 눈이 내려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기상 상태가 수시로 변하므로 등반 전 반드시 기상청 예보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 특히 해발 1,950m의 백록담을 목표로 하는 등반객이라면 등산화는 물론, 방풍 재킷과 등산 배낭, 아이젠 등의 필수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등반 코스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 중에서 고민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성판악 코스를 추천한다. 제주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반 정도 이동한 후 성판악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하면, 등반 신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안전 교육을 들을 수 있다. 성판악 코스는 해발 약 750m 지점부터 시작해 백록담 정상까지 약 9.6㎞에 이르는 구간으로, 평균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첫 구간은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며, 겨울철에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에 부시도록 하얗게 빛난다. 해발 1,400m 부근에 이르면 눈이 점차 두껍게 쌓이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보면, 흰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의 능선과 멀리 보이는 제주 바다가 짙은 대조를 이루며 마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점점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므로, 손이 시려워질 때는 장갑 안쪽에 핫팩을 넣어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정상에 도달하면 백록담과 호수처럼 고요하게 얼어붙은 분화구가 여행자의 노고를 잊게 해줄 만큼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백록담 주변에 펼쳐진 설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루며, 특히 겨울철에는 분화구 주변이 눈꽃으로 뒤덮여 누구나 탄성을 지르면 그 순간이 사진으로도 오래도록 남을 만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인증샷을 남긴 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게 되며, 내려오는 동안에는 올라올 때보다 상대적으로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천천히 주의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다.
하산을 마치고 나면 근처 민박이나 식당에서 따끈한 해장국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자. 제주산 돼지고기로 끓인 뚝배기 국물에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해장국은 등반 후의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며, 무엇보다 따끈한 국물 한 숟갈이 얼어붙은 몸속을 차분히 녹여줄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한림읍 방향으로 이동하면 제주 서쪽의 대표적인 차 박물관인 오설록 티뮤지엄에 도착할 수 있다.
오설록 티뮤지엄은 광활하게 펼쳐진 녹차밭 풍경과 다양한 차(茶) 관련 전시, 그리고 직접 차를 시음해보는 체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차밭 사이사이에 내려앉은 흰 눈과 초록빛 차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유화 물감을 풀어낸 듯한 색감의 대비를 이룬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티박물관 본관으로 안내되는데, 이곳에서는 제주 녹차의 역사와 차 재배 과정을 영상과 실물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에는 1층 카페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녹차라떼 같은 대표 메뉴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철이라 아이스크림보다는 따뜻한 녹차라떼가 제격이다.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쌉싸름함이 입안에 퍼지면, 지난 몇 시간 동안 땀 흘리며 등반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며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카페 창밖으로는 탁 트인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찻잔을 손에 든 채 한동안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도 좋다.
오설록 주변에는 기념품 숍과 다기(茶器) 전시관이 있어, 제주 녹차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제주 특산품인 녹차 초콜릿이나 녹차 잼, 녹차 쿠키 등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으므로, 친구나 가족에게 줄 기념품을 미리 마련해두면 여행 후반부에 무게 부담 없이 짐을 꾸릴 수 있다. 저녁에는 인근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온돌방에 누워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를 풀며 편안한 밤을 맞이한다.
셋째 날: 협재·함덕 해변 힐링 후 제주 전통 음식 체험
셋째 날 아침에는 비교적 가벼운 일정으로 제주의 해변을 만끽해보자. 먼저 서쪽 지역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협재해변으로 향한다. 협재해변은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자랑거리이며,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경사, 얕은 수심 덕분에 여름철에는 피서객들로 북적이지만, 겨울철에는 한적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면 바다를 배경으로 감성적인 사진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해변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거나, 바닷물에 발목을 담가보는 것도 상쾌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협재해변 근처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바위섬이 두 개 솟아 있는데, 낮은 파도에도 물안개가 피어올라 마치 안개 속 섬처럼 보이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보면 좋다. 해변가에서 잠시 쉬며 따뜻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몇 군데 있으니, 커피 한 잔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누려보자.
이후 차를 몰아 제주 동쪽으로 이동하면 함덕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함덕해변은 협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근 편의시설이 많고,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카페 거리와 맛집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해변가에 놓인 그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SNS용 감성 사진을 남겨보거나, 해변 근처에서 간단한 서핑 레슨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방한용 래시가드를 대여해 짧게나마 차가운 파도를 즐겨보는 것도 제주 여행의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오후가 되면 제주의 전통 음식 체험을 위해 제주시내로 이동한다. 겨울 제주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으로는 고사리 육개장, 전복죽, 몸국이 있다. 특히 고사리 육개장은 버섯, 무, 고사리, 돼지고기 등 제주에서 나는 재료들을 푸짐하게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국물 요리다. 시내 인근의 오래된 맛집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고사리 육개장을 주문하면, 칼칼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여행 중 허기진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전통 시장인 동문시장을 방문해보자. 동문시장 안에는 제주 특산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어 귤, 한라봉, 감귤초 등 신선한 과일과 가공품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제주의 다양한 반찬과 젓갈, 말린 해산물 등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니, 여행 기념과 함께 가벼운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시장 한편에 있는 분식 코너에서는 제주식 빙떡, 옥돔구이, 흑돼지 꼬치 등을 판매하니, 소량으로 맛보기에도 좋다.
저녁에는 제주의 전통 술인 고소리술이나 감귤 와인을 경험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동문시장 근처에 위치한 작은 주점에서는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안주로 제공하며, 제주 전통 술과 어울리는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예를 들어 구워내어 짭짤한 맛을 더한 제주 돼지 껍데기와 전복구이, 방어 구이가 술안주로 제공되면, 차갑게 들이킨 제주 감귤 와인의 달달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해가 진 후 제주의 밤바다는 한층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므로, 해변 산책을 더해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이렇게 셋째 날 일정을 마치면, 넷째 날은 비교적 여유롭게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남은 일정에 따라 제주 전통 한옥체험 세트를 예약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제주도의 겨울은 바람이 차지만, 그만큼 관광객 수가 적어 한적하게 여러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박4일 동안 제주의 바다, 오름, 한라산, 전통 음식까지 두루 경험하는 일정은 20대 대학생 독자들이 예산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제주를 깊이 있게 느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단단히 준비하여 떠나는 겨울 제주 여행, 그 속에서 낯선 설경과 제주의 정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특별한 추억을 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