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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제 체험기

by goodxpert 2025. 4. 25.

유카타 차림의 관람객이 스미다강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장면, 기온마츠리의 화려한 야마보코 행렬, 삿포로 눈축제의 웅장한 눈조각이 하나로 어우러진 일본 축제 풍경

여름 불꽃놀이 & 유카타 체험

무더위가 한창인 7월 말, 일본 전역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다. 그중에서도 도쿄 스미다강변에서 개최되는 ‘스미다강 불꽃놀이’는 매년 7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드는 대표 행사다. 불꽃이 강 위로 쏘아 올려질 때마다 물안개 사이로 빛이 번지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즐길 거리는 전통 의상인 유카타 체험이다. 유카타는 가벼운 여름용 기모노로, 목선이 드러나는 깊은 V넥과 얇은 천의 특징을 살려 시원하고 우아한 멋을 낸다. 손목에 살짝 걸치는 부채, 머리에 장식하는 작은 꽃핀은 여름 축제의 낭만을 배가시킨다.

실제로 대학생 김지윤 씨는 2019년 친구들과 함께 스미다강변을 찾았다. 오후 5시경 예전부터 준비해둔 유카타를 입고 강변 자리를 잡은 뒤,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과 음료를 나누어 먹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수백 대의 조명등이 꺼지면 일순간 어둠이 깔리고, 곧이어 불꽃이 터지자 모두 숨죽였다. 첫 폭발음이 울린 뒤 불꽃이 천천히 퍼지며 ‘마쓰리(祭り·축제)’의 절정으로 접어들었다. 김 씨는 “화려한 불꽃 사이로 친구들의 얼굴이 살짝 보일 때, 이 순간이야말로 여름 방학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유카타는 현장에서도 빌릴 수 있지만, 사전에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저렴하다. 아사쿠사 지역의 ‘유카타렌탈 나기사’ 같은 업체는 기본 세트(유카타·오비·게타·가방 등)를 약 4,000~5,000엔에 제공하며, 헤어 스타일링 옵션을 추가하면 1,000엔 안팎이 더 든다. 대여 후에는 센소지 앞 골목에 자리한 메이크업 스튜디오에서 간단한 헤어 업스타일을 받을 수도 있다. 단, 인기 기간에는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므로 적어도 행사 1주일 전에는 예약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오비(허리띠)는 지나치게 꽉 매지 않는 것이 좋으며, 저녁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니 얇은 가디건이나 숄을 준비해 체온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

불꽃놀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도 중요하다. 보통 불꽃놀이 시작 1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므로, 최소 2시간 전에는 원하는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는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저렴한 미니 삼각대나 접이식 핸드폰 거치대를 준비하면 안정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강변 자리는 바람 방향에 따라 연기가 밀려올 수 있으므로 바람 방향을 미리 확인하고 자리 선정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사전 준비와 작은 팁들이 모여 잊지 못할 여름 축제 체험을 완성한다.

 

교토 기온 마츠리

매년 7월 17일과 24일에 걸쳐 진행되는 교토 기온 마츠리는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행사다. 특히 17일 아침에는 화려한 야마보코(山鉾) 행렬이 교토 번교(市役所前)를 출발해 고쇼(御所) 근처까지 이어진다. 대형 수레 위에 장식된 수백 개의 등불과 수공예 인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찬탄을 자아낸다. 이 수레들은 각 지역 마을회가 자발적으로 조립·운행하며, 지역민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8년 교토대 대학원생 이승훈 씨는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마츠리 준비를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행렬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레 해체 작업이 의외로 육체적 부담이 크지만, 팀워크가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축제 당일에는 수레를 끌던 주민들이 ‘욧사이욧사이’ 하고 구호를 외치며 길을 나아가는데, 이 소리가 교토의 고즈넉한 골목에 울려 퍼질 때면 오랜 전통이 현재와 만나 춤추는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행렬 관람 외에도 ‘요이야(宵夜)’라 불리는 전야제 기간에는 교토 시내 중심가와 주변 신사에서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과 공연이 펼쳐진다. 관광객 김유진 씨는 “처음에는 외국인이라 눈길을 받았지만, 차분한 교토의 분위기 속에서 오코노미야키·야키토리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오히려 편안했다”고 전했다. 길거리 좌판에는 작은 찻집 형태로 다도가 열리는 곳도 있어, 축제의 흥과 함께 일본 전통 차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다.

기온 마츠리는 ‘불꽃놀이 축제’와 달리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게 만드는 고요함과 화려함이 공존한다. 행사 전후로 기온 거리 주변에 자리한 전통 료칸에 머물며 아침저녁 산책을 추천한다. 특히 아침 시간의 야사카 신사 인근 골목은 한적해 수레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최적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교토에서, 기온 마츠리는 일본 축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삿포로 눈축제 방문기

1월 중순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삿포로 눈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눈 조각 축제다.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쓰도무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높이 15m가 넘는 대형 눈·얼음 조각이 광장 전체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2017년 방문했던 대학생 박명수 씨는 “한겨울 강추위 속에서도 해외 관광객과 현지인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오도리 공원 구역에는 도쿄 스카이트리, 파리 에펠탑 등 세계 유명 랜드마크를 눈으로 재현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 중에서도 청소년 조각가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은 건축학과 학생 등 젊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돋보인다. 스스키노 구역에서는 야간에 얼음 조각이 조명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야외 술집에서 따뜻한 라멘과 삿포로 맥주를 곁들이면 이색적인 ‘겨울 원데이 클럽’이 완성된다.

쓰도무 구역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아 눈썰매장, 눈 미끄럼틀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充実하다. 자작나무 숲 사이에 설치된 썰매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현지 가이드 이토 씨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많아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하고, 작은 응급 상황에도 즉각 대처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간단한 상처 치료 키트가 비치돼 있어 축제의 안전 관리가 철저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삿포로 눈축제는 찬 공기를 호흡하며 거대한 예술 작품 속을 거니는 경험이다. 방한 준비는 필수로, 발열 내의와 패딩, 두꺼운 장갑·모자·목도리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야경과 눈 조각을 감상하며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축제는, 일본 겨울 여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각 축제마다 계절과 지역이 다르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면 분명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대학생 여러분도 여름·봄·겨울에 걸쳐 일본 각지를 찾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