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아메요코 시장
도쿄 우에노 역 남쪽, JR선과 지하철이 교차하는 지역에 자리한 아메요코 시장(アメ横)은 해방 직후 미군이 깔아 놓은 아메리칸(AME) 야시장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길이 500m 남짓한 도로 양쪽에 400여 개의 점포가 빼곡히 늘어서 있는 도쿄 최대 규모의 상설 시장으로, 신선한 생선과 건어물, 과일·채소에서부터 의류, 잡화, 화장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한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다. 특히 가격 경쟁이 치열한 덕분에 100엔부터 500엔 선의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즐비하여 20대 대학생 여행객 사이에서 '코스 요리보다 알차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시장 초입의 참치 전문점 ‘마구로쵸우’에서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대뱃살 조각을 꼬치에 꽂아 1개당 250엔에 판매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온 경제학과 3학년 민준 씨는 “한 끼 식사값으로 참치 꼬치 3개에 타코야키, 구운 옥수수 하나씩 맛보고도 1,000엔이 채 들지 않았다”며 “식비 절약은 물론, 현지인처럼 흥정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시장 중간 즈음에 자리한 ‘아메요코 과자 백화점’ 코너에서는 일본 전통 과자인 센베이(煎餅)와 다이후쿠(大福)를 각각 120엔, 150엔에 맛볼 수 있다.
쇼핑 후에는 시장 뒷골목으로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길이 만들어 내는 이색적인 풍경을 놓치지 말자. 주말에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과 현지 도쿄인들이 뒤섞여 시장의 활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지하철·JR 우에노 역 공용 개찰구를 나와 도보 3분 거리다. 주변에 있는 우에노 공원 산책과 조합해 하루 일정을 잡으면 알차다.
교토 니시키 시장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니시키 시장(錦市場)은 기온·시조 가도를 따라 이어진 총길이 약 390m, 100여 개의 점포가 모여 전통 식문화를 지켜 온 장소다. 14세기 말 교토 성 주변에 조성된 작은 시장에서 출발해, 현재는 현지 가정식 재료와 간식, 찻집, 식당까지 아우르는 종합 음식 거리로 진화했다. 관광객은 물론, 교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아 장을 보고, 점포 주인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연다.
대표 상품으로는 ‘야마토야 두부점’의 생두부와 유바(湯葉)가 있다. 두부 한 모(約300g)에 380엔을, 신선한 유바 한 팩에 450엔을 지불하면, 상온에서도 살짝 스며드는 콩의 고소함을 경험할 수 있다. 사례로,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수진 씨는 “아침 일찍 시장을 둘러보며 교토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유바를 활용한 덮밥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교토의 전통과 계절감을 동시에 전해 주는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채소 전문점 ‘야사이노제이’에서는 제철 채소와 교토 전통 절임 채소인 쯔케모노(漬物)를 판매하는데, 가지 절임 한 통(200g)에 250엔, 무절임(150g)에 220엔으로 가격이 합리적이다. 이 밖에도 사케를 마실 수 있는 이자카야 풍의 포장마차가 곳곳에 숨어 있어, 오후 시간에 잠깐 들러 한 잔 곁들이기 좋다. 니시키 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교토 시영 지하철 ‘시조역’ 5번 출구를 나와 도보 2분 거리다. 전통 가옥이 늘어선 쇼핑 거리와 인접해 있어, 시장 탐방 후 기온 지구 산책을 추천한다.
오사카 구로몬 시장
‘오사카의 부엌’으로 불리는 구로몬 시장(黒門市場)은 1902년 개장 이래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오사카 중심가의 대표 전통 시장이다. 길이 약 580m의 대로를 따라 150여 개의 상점이 늘어서 있으며,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 과일·채소, 길거리 음식까지 오사카 식문화를 집대성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큼직한 게 다리를 진열한 수산 코너다. 싱싱한 털게 한 마리(300g 내외)를 1,200엔에 구워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사례로, 여행 동아리 모임에서 방문한 경제학과 영호 씨는 “2박 3일 오사카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시장 곳곳에서 파는 가리비 구이(一枚 350엔), 문어 다코야키(一개 180엔), 흑돼지 꼬치(一개 280엔)를 맛보고 나니, 현지인들의 식문화를 몸소 체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과일 전문점에서는 계절별 과일 컵(망고, 멜론, 파인애플 등)을 500엔에 판매해, 시장을 둘러보며 상큼함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구로몬 시장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지하철 미도스지선 ‘난바역’ 또는 센니치마에선 ‘닛폰바시역’ 하차 후 도보 3분 거리다. 시장 탐방 후에는 인근의 신사이바시·도톤보리 지역으로 이동해 오사카의 밤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구로몬 시장은 오사카 여행 일정에 꼭 포함해야 할 필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