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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문화 체험기

by goodxpert 2025. 4. 23.

전통적인 일본 거리에서 유카타를 입고 다도 그릇을 들고 있는 젊은 동양 여성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 서 있는 모습

유카타 입고 거리 걷기

한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의 어느 날, 교토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기온(祇園) 거리를 여느 관광객처럼 유카타 차림으로 거닐었다. 밝은 파란색에 은은한 붉은 꽃무늬가 수놓인 유카타는 대여점에서의 대여료가 3,500엔 선이었지만, 단 3시간의 체험에 그 가치는 충분했다. 목 뒤를 감싸는 오비(帯)의 묶음 방식부터 등 뒤에서 리본을 매듭 짓는 법까지 직원의 세심한 지도 아래 직접 입어보니, 유카타 한 벌이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움직이는 예술 작품’임을 깨달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흙먼지와 나무 난간이 어우러진 전통 가옥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관가에서 들려오는 신발 끈 소리, 저녁을 준비하는 가정집에서 풍기는 된장국 냄새, 빗방울 떨어진 채 마른 돌바닥의 서늘함이 모두 유카타 차림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다. 특히, 낮 시간대의 관광객들 틈에서 단연 돋보이는 차림 덕분에 현지인 노부부가 “아름답소”라며 다정히 사진을 부탁해 온 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분들 역시 말은 서툴렀지만, 유카타의 곡선과 매듭이 만들어내는 전통미를 이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체험은 단순한 ‘의상 대여’를 넘어, 400년 전에도 이 거리 위를 걸었을 사람들과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다도(茶道) 체험 후기

기온에서 버스로 20분가량 떨어진 교외의 작은 찻집. 이곳에서 진행된 다도 체험은 전통가옥의 다실(茶室) 안에서 60분가량 이어졌다. 정성스럽게 갈아낸 녹말빛 가루녹차 ‘마차’를 다선(茶扇)으로 휘저어 올리면, 거품이 섬세하게 머금은 차 잔은 마치 구름 한 조각을 담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날 다도를 지도해 주신 선생님은 세 번째 대를 잇는 다도 명가의 후손으로, 차 한 모금마다 절차 하나하나에 담긴 ‘정중함(敬)’과 ‘정성(誠)’을 강조했다. 찻잔을 받들어 세 번 돌려 마시는 ‘회향(回向)’과, 차를 내리는 쪽 사람이 마시는 이쪽 사람에게 일어서는 ‘작례(作礼)’ 등 일본 다도의 핵심 동작을 하나씩 따라 하다 보니,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갑자기 차분해지는 경험을 했다.

사례로, 인근 고베에서 온 대학생 그룹은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다선으로 찻물을 붓는 순간 한마음이 되어 주변을 살폈다. 그들은 체험 후 “평소에는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과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 한 잔에 담긴 禪과 예절은, 고성능 스마트폰조차 흉내 낼 수 없는 고요함과 집중을 선물해 주었다. 현대를 사는 20대 대학생에게도 이 체험은 잠시나마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찰 방문 & 고즈넉한 분위기 느끼기

교토의 금각사(鹿苑寺)와 닌나지(仁和寺), 그리고 조금은 알려지지 않은 하세데라(長谷寺)까지. 이 세 사찰을 이틀에 걸쳐 답사하며, 일본 불교 건축의 정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첫날 금각사의 호수 위 반영은 수많은 관광객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듯 고요했다. 1950년 방화 사건 이후 복원된 금박 위에 햇살이 어룰릴 때면, 사대(沙臺)를 걷는 발걸음이 무게를 더했다.

둘째 날 찾은 닌나지에서는 8월 말이었음에도 코스모스가 곳곳에 만발해,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길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현지 안내원이 들려준 전설에 따르면, 닌나지의 목조 전각은 수백 년간 지진에도 견딜 만큼 견고하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성과 건축 기술은 전공을 막론한 대학생들에게 ‘시간을 지키는 예술’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하세데라에서는 ‘독서당(讀書堂)’ 앞 작은 연못가에서 사부대중이 염송하는 목탁 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숲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고즈넉한 기왓골 짙은 파란빛이 어우러지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과거로 사라지고 말았다. 주말 아침의 한숨 돌리는 여유, 그리고 사찰 한 켠에서 주는 작은 무료 명상 체험은 일상에 지친 20대에게 ‘쉼표’ 같은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사찰 방문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하루를 마친 뒤 옆에 앉은 도쿄 소재 대학 인문학과 친구는 “짧은 체류이지만, 마음속에 남는 울림은 길게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전통문화 체험의 마무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남은 ‘여운’을 음미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