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온천 문화와 에티켓
일본 온천(温泉)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오랜 역사와 전통이 깃든 문화적 상징이다. 간토지방부터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산재한 온천은 수세기 동안 일본인의 일상과 의식주(衣食住)에 녹아들어 왔다. 온천은 성질에 따라 산성·알칼리성·염화물·방사능 등으로 구분되며, 각 성분은 피부미용, 피로 회복, 관절염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구사쓰(草津) 온천의 강산성 유황천은 피부질환 완화에, 베푸(別府) 온천의 풍부한 황화수소는 혈액 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 이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입욕 전 반드시 샤워 시설에서 비누로 몸을 깨끗이 씻어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이후 작은 수건 하나만 들고 욕탕에 들어가는데, 수건은 물속에 담그지 않고 머리 위에 올려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샤워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입수하거나, 수건을 욕탕 물에 투척하는 행위는 다른 이용객에게 불쾌감을 준다. 또한 대화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하고, 급격한 행동이나 수영과 같은 과격한 움직임은 삼가야 한다.
문신(tattoo)에 대한 인식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일본 대부분의 공중 목욕탕은 전통적으로 야쿠자와 연관된 문신을 기피해 왔다. 최근 일부 온천은 문신을 가릴 수 있는 스티커 제공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용 전 반드시 해당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20대 대학생 김모(가명) 씨는 홋카이도 오비히로(帯広)의 한 온천에서 “입장 전 문신 부위를 방수 스티커로 가려달라”는 안내를 받고 당황했으나, 사전에 안내문을 숙지했다면 불필요한 민망함을 피할 수 있었음을 전했다.
이처럼 온천 문화는 휴양뿐 아니라 상호 배려와 전통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사전에 각 온천의 에티켓을 숙지하고, 현지 안내표시를 준수하는 것이 쾌적한 온천 여행의 첫걸음이다.
지역별 추천 온천 여행지
온천 여행의 매력은 계절과 풍광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철 설경과 온탕의 대비가 빚어내는 운치를 즐기려면 홋카이도 노보리베쓰(登別)와 아키타현(秋田県) 가쿠노다테(角館)를 추천할 만하다. 노보리베쓰는 하루 평균 강설량이 1m에 달해 뜨끈한 온탕에서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는 경험이 일품이다. 교토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캐나다 교환학생 아밀리아 씨는 “학업의 스트레스를 눈 내리는 야외 노천탕에서 단숨에 씻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여름에도 온천을 만끽하고 싶다면 규슈(九州)의 벳푸·유후인(由布院)을 고려해볼 만하다. 벳푸는 ‘지옥(地獄) 온천’이라 불리는 온천 구역이 8곳 모여 있어, 각기 다른 용출 온도와 색채, 수질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반면 유후인은 소도시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유황천, 철분천, 라듐천 등 다양한 온천수를 즐길 수 있어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 좋다.
관광과 연계된 온천을 원한다면 간토지방 하코네(箱根)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도쿄에서 전철로 약 1시간 반 거리인 하코네는 오와쿠다니(大涌谷) 분화구 지대의 검은 달걀과 아시노코(芦ノ湖) 유람선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전통 료칸(旅館)에서 즐기는 다이닝과 온천, 다다미방의 여유는 ‘일본 본연의 온천 체험’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수도권 대학의 동아리 MT에서 하코네를 찾은 20대 대학생 이모 씨는 “문화유산과 휴식이 조화된 여행 코스를 기획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일본 각 지역 온천은 기후·지형·문화적 배경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계절별 특성을 반영해 여행 일정을 세우면, 온천 그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은 온천 숙소
최근 일본 온천 업계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중탕과 별도로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족탕(家族風呂)이나, 객실 내에 온천 욕조를 갖춘 방을 늘려 ‘프라이빗 온천’ 수요를 충족한다. 야마가타현(山形県)의 자오(蔵王) 온천 료칸 ‘Y코쥬’는 전 객실에 온천 수영장 규모의 노천탕을 갖춰, 아이들이 뛰놀아도 주변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자녀 셋을 둔 박모 씨 가족은 “다른 이용객 눈치 없이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어린이 전용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온천 리조트도 늘어나고 있다. 오이타현(大分県) 벳푸의 ‘온천 파크 리조트’는 아이용 목욕 가운, 발 마사지 놀이용 욕조를 구비해 한정된 공간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천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숙소 내 어린이 놀이터와 온천 테마파크를 결합한 복합 시설 덕분에, 부모는 온천과 마사지를 즐기면서도 자녀의 안전을 놓치지 않는다.
가족 여행 중 식사도 중요한 포인트다.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의 온천 료칸 ‘해피네스 인’은 현지 제철 해산물과 유바리 멜론을 활용한 가이세키 요리를 제공한다. 어린이는 간단한 가정식 스타일의 키즈 메뉴, 어른은 현지 특산물을 활용한 정갈한 코스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세대 간 식사 만족도를 모두 충족한다.
이처럼 가족 단위 온천 여행은 안전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숙소 선택이 관건이다. 객실형 온천과 가족탕, 어린이 맞춤 서비스 등을 고려해 계획한다면,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온천 휴가는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