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 실수담
필자는 도쿄 지하철 안에서 처음으로 일본어로 승차권을 구매할 때부터 헤맸다. 자동발매기 앞에 서서 ‘이까마쓰(いかまつ)’ 대신 ‘이카마쓰(いかまつ)’라고 잘못 읽은 덕분에 무려 640엔짜리 특급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 매표원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고멘나사이, 와따시 노 이고 마츠데스…”라고 사과했지만, 그들이 친절히 “이코마츠요(いこまつよ)”라며 정정해 주는 사이 승강장 전광판에는 이미 전철이 출발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또 한 번은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우동을 주문하며 ‘보탄(ぼたん)우동’을 요청했는데, 점원이 당황해하며 “보탄우동는 없는데…”라고 대꾸했다. 알고 보니 필자가 말하려던 메뉴는 ‘버튼(肉うどん)’이었고, ‘보탄’은 일본어로 ‘작약꽃’이라는 뜻이었다. 결국 꽃이 그려진 우동 사진을 보고 직원과 함께 크게 웃으며 주문을 바로잡았다. 그 외에도 “화장실은 어디입니까?”라고 공손하게 묻고 싶어 “토이레와 도코데스까(トイレはどこですか)?”를 외쳤으나, ‘토이레’ 발음이 부정확해 “토이레와 도코츠데스까?”로 들렸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관광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토이레 맞아요?”라고 묻는 바람에 현장에서 즉석 일본어 레슨이 벌어졌다. 이러한 실수담은 여행 내내 웃음의 원천이 되었고, 오히려 일본어를 더 재미있게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길 잃고 헤매던 이야기
교토의 청수사(清水寺)를 방문한 날, 필자는 사원 입구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을 감상한 뒤 약속한 친구와 만날 장소를 깜빡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15% 남짓, 현지 심카드는 아직 개통 전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좁은 골목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한적한 주택가에 들어섰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진 인적 드문 골목을 걷던 중, ‘これどこ?(여기가 어디예요?)’라는 쪽지를 만들어 붙들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보여줬다. 다행히 동네 할머니가 손짓으로 뒤따라오라 하더니, 인근 안전센터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안전센터에서 지도를 얻은 뒤에는 본의 아니게 교토의 골목길 구조를 익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찰이 밀집한 언덕 아래에서도, 게스트하우스 밀집 지역에서도, 우회전·좌회전이 이어져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복잡함은 오히려 여행의 묘미로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는 친구와 약속 장소였던 ‘기온 거리의 八坂神社’ 앞에서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경험을 통해 ‘지도 한 장’만으로 여행하지 말고, 미리 주요 지점의 랜드마크 사진을 저장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뜻밖의 친절을 받은 순간
오사카 난바 거리에서 길을 묻던 중, 필자는 한 청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하러 가던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지도를 꺼내 주변 관광 명소와 식당을 일러 주었다. 심지어 “요즘 인기 많은 라멘집이 이 근처에 있어요. 제가 거기까지 데려다줄게요.”라며 동행을 자처했다. 막상 라멘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여기 맛있으니 꼭 드셔 보세요”라며 인근 카페 쿠폰까지 인쇄해 건넸다.
또 한 번은 하코다테의 전통 시장을 구경하다가 ‘게 내장’을 시식하려다 순간적으로 주저했다. 상인이 “한 번 더 드시겠어요?”라고 묻자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어르신 부부가 “용기 내 봐, 맛있을 거야”라며 필자의 손을 붙잡고 직접 시식 접시에 담아 주었다. 그 따뜻한 배려 덕분에 필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고, 어르신 부부와 함께 시장 골목을 돌며 일본 전통 반찬 가게를 함께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처럼 일본 여행 중 발생한 우스꽝스러운 실수와 고생, 그리고 예기치 않은 친절은 모두 필자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처음엔 긴장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히려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면 이번 경험을 떠올리며 작은 실수조차 즐거운 에피소드로 만들어 보는 여유를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