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규어 & 애니 굿즈 쇼핑 스팟
아키하바라는 ‘덕후(오타쿠)’ 성지로 불리는 만큼, 피규어와 애니메이션 굿즈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밀집해 있다. JR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북쪽 출구로 나오면, 다양한 크기와 취향을 만족시키는 가게들이 좌우로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를 폭넓게 갖춘 ‘Animate Akihabara’는 8층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최신 방영작 굿즈부터 한정판 클리어파일, 캐릭터 배지, 아크릴 스탠디까지 다양하다. 특히 5층에는 테마별 팝업 코너가 수시로 개설되어, 예컨대 『귀멸의 칼날』이나 『SPY×FAMILY』 같은 인기작의 콜라보 상품을 현장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다. 필자는 『소드 아트 온라인』 피규어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6층의 프리미엄 코너에서 1/7 스케일 킆판 한정판을 운 좋게 입수했다.
그 밖에도 중고 피규어 전문점인 ‘Mandarake Complex’는 한 건물 내 12개 층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2차 창작 피규어와 희귀 굿즈를 보유하고 있다. 3층 만다라케 헥사(HEX) 코너에서는 VANILLA WORKS의 인기 걸즈 앤 판처 시리즈 피규어를, 8층 레어 아이템즈(rare items) 섹션에서는 과거에 품절된 백합계열 미연시 캐릭터 굿즈를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한정 생산된 『명탐정 코난』 셰리로버 캐릭터 스태츄를 시중가 대비 20% 저렴하게 구입하는 제안을 받았다. 이처럼 중고 매장에서는 ‘발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Kotobukiya’와 ‘GOODSMILE COMPANY’ 직영점도 빼놓을 수 없다. Kotobukiya 1층에서는 전시 중인 조형물을 자유롭게 촬영 가능하며, 한정 컬러 버전 피규어가 수시로 풀린다. GOODSMILE 뮤지엄은 플라스틱 키트와 넨도로이드 시리즈를 세트로 진열해 두어, 완성품과 조립 키트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앵글에서 봐도 완성도가 뛰어나, 실제로 제품을 손에 쥐고 디테일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메이드카페 첫 방문 후기
아키하바라의 또 다른 매력은 ‘메이드카페’ 문화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체험 중 하나로 @home café(어텀) 2호점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하얀 앞치마에 레이스 장식을 단 메이드가 “어서 오세요, 주인님!”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간 긴장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렸다. 실내는 핑크와 하늘색으로 꾸민 앤티크풍 인테리어로, 아기자기한 소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메이드가 추천해 준 ‘컬러풀 오무라이스 세트’는 밥 위에 소스를 직접 그려 넣어주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이름을 일본어로 예쁘게 써 준 뒤,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 주었다. 사진 인화 비용을 별도로 받긴 하지만, 여행의 추억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어 후회는 없었다. 메뉴는 음료와 디저트 위주로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친절한 서비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평일 점심 시간에는 비교적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맞춰 공략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메이드카페인 ‘Maid in Japan’에서는 무대 퍼포먼스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30분 단위로 메이드들이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팬들은 응원봉과 박수로 화답한다. 필자는 이 무대 공연을 보며, 오타쿠 문화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하나의 현장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했다. 공연 중에 간혹 메이드들이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지거나 간식을 나눠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이 관람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중고샵에서 보물 찾기
아키하바라에서는 신제품뿐 아니라 중고샵을 통해 ‘보물 찾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Mandarake 외에도 소프맵(Sofmap) 중고 코너, Book-Off Akihabara, Jungle(정글) 등이 모두 거리에 밀집해 있다. 특히 소프맵은 전자제품 매장으로 알려졌지만, 4층과 5층에는 피규어·장난감·애니굿즈 중고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러브 라이브!』 스쿨 아이돌 유닛 굿즈 세트를 시세보다 15% 저렴하게 구매했다.
중고샵을 공략하는 팁은 ‘입고 즉시 진열되는 신상품 코너’를 체크하는 것이다. 일본 매장은 흔히 입고된 지 하루 이내 물품을 별도로 진열하는데, 이 코너에서는 의외로 채색이 완벽하거나 박스 손상이 전혀 없는 피규어를 새제품 같은 상태로 만날 수 있다. 또한, 사진과 실제 제품을 비교하기 위해 매장 내 비치된 조명 아래에서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필자는 한정판 ‘건담 00Q’ 체인소 검 모형을 온라인 최저가 대비 절반 가격으로 득템했지만, 집에서 조립해 보니 미세 스크래치가 발견되어 당황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텍스처와 도색 상태를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고샵에서 판매자에게 간단한 담소를 나누면 생각치 못한 할인 정보나 재고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일본어가 익숙치 않아도 간단한 인사와 원하는 희망 가격을 메모한 종이를 건네는 방법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소소한 노력들이야말로 아키하바라 덕질 여행을 더욱 알차고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