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R패스 활용법 & 지역별 추천 루트
일본 철도여행의 시작점인 JR패스(Japan Rail Pass)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발매되는 교통 패스이다. 발매는 출국 전 해외 여행사나 인터넷을 통해 가능하며, 실제 사용 시에는 일본 입국 후 지정 창구에서 교환권을 제시하여 여권과 함께 실패스로 바꿔야 한다. 패스 종류는 7일·14일·21일 전 구간 이용권으로 구분되며, 지역별로 한정된 JR 홋카이도 패스, JR 도호쿠·미나미홋카이도 패스 등도 있어 여행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도쿄와 오사카를 아우르는 전국 JR패스는 신칸센 노조미를 제외한 모든 열차의 자유석·지정석을 이용할 수 있어, 도쿄에서 교토·오사카로 이어지는 관문 구간을 한 번의 예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학생 A씨(22)는 겨울 방학 중 7일 패스를 구매하여 도쿄→나고야→교토→오사카→히로시마→후쿠오카를 순회했다. 전국을 종단하는 장거리 이동에도 7만 5천 엔 안팎의 비용으로 해결했고, 중간중간 JR패스 지정석을 예약해 붐비는 시간대에도 편안히 앉을 수 있었다. 반면, 봄꽃 시즌에 홋카이도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면 홋카이도 패스를, 한정된 간토·토호쿠 지역 선상으로만 이동한다면 JR 도호쿠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추천 루트로는 ▲간토 지역(도쿄·요코하마·닛코·가마쿠라) 3일 코스 ▲간사이·호쿠리쿠 지역(교토·오사카·고베·가나자와) 4일 코스 ▲큐슈 종단 코스(후쿠오카·쿠마모토·구마가와·오이타) 5일 코스 등이 있다. 특히 간사이 공항에서 시작해 고베의 ‘사라사테 선’ 소도시를 탐방하고, 가나자와로 넘어가 전통 정원을 둘러본 뒤, 마침내 교토의 사찰을 종횡하는 루트는 20대 대학생에게 문화와 자연을 고루 경험하게 해주는 이상적인 여정이다.
특급 열차 & 지역 열차 타보기
일본의 기차여행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열차 등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특급 열차’는 신칸센과 한 단계 아래인 한정·급행열차로, 도시 간 빠른 이동과 쾌적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도쿄와 교토를 잇는 신칸센 ‘노조미’는 최고 시속 300km로 달리며, 전 좌석 지정석제여서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함을 보장한다. JR패스 소지자는 노조미를 제외한 ‘히카리’나 ‘사쿠라’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좌석을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한편, 지역 특급 열차는 지역명 또는 서비스명을 붙여 운영되며, 지역의 풍광과 테마를 반영한 차내 장식이 특징이다. 예컨대 홋카이도 ‘오토리’, 오키나와 본섬 섬 북부를 달리는 모노레일 ‘유이레일’, 기후현의 낭만 특급 ‘구로베협곡철도’ 등을 들 수 있다. 객차마다 난로가 비치되어 겨울철 풍경 감상에 제격인 ‘로맨스카’도 20대 대학생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다.
지역 열차(보통열차)는 역마다 정차하며, 때로는 무인역이나 소규모 정류장에 멈춰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야마나시 현 가쯔라자와의 협곡을 따라 달리는 ‘아즈사’ 열차, 나가노 현의 쯔가루지역을 연결하는 ‘오마이 로컬’ 등은 각 구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사진·영상 촬영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차창 너머 펼쳐진 눈 덮인 산자락, 벚꽃 흩날리는 들녘, 깊은 계곡의 절경은 고속열차가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 중 기차 도시락(에키벤) 추천
일본 기차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지역 특산물을 담은 ‘에키벤(駅弁)’이다. 에키벤은 역 구내 매점이나 매표소 외부의 전문점에서 판매하며, 철도 여행자에게 휴식과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해 준다. 대표적인 예로 도쿄역 ‘야마노테 스페셜 벤토(やまのてスペシャル弁当)’는 도쿄 근교 산채 반찬과 간장 조림 생선을 조화롭게 담아 내고, 신주쿠역의 ‘가부키 벤토’는 가부키 주연배우의 얼굴이 그려진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높인다.
간사이 지역의 오사카역 인근에서는 ‘가이센 벤토(海鮮弁当)’가 인기다. 신선한 참치 회와 가리비 관자 조림이 함께 들어 있어 특급열차 한 칸 열었을 때 고급 일식당 수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히로시마역 ‘굴 벤토’는 바다향 가득한 굴튀김과 조림을, 니가타역 ‘사케 벤토’는 지역 명산 사케를 가미한 소스에 절인 연어 구이를 중심으로 꾸렸다.
홋카이도 삿포로역 ‘카니 벤토’는 게살과 게 내장 소스를 현지산 밥 위에 얹어, 눈 내리는 설경을 바라보며 먹으면 여행의 낭만이 배가된다. 대학생 B씨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열차 안에서 따끈한 에키벤을 먹으며 창밖의 설경을 즐길 때,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 이상의 감성이 깨어난다”고 말한다.
이처럼 에키벤은 단순한 기차 간식이 아니라, 지역 문화와 맛을 전하는 ‘이동식 미니 박물관’이다. 다음 코스를 기다리는 기차역 플랫폼 위에서, 혹은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먹노라면, 교통 수단으로서의 기차가 오롯이 ‘여행 경험’으로 전환된다.
위 세 가지 요소—합리적인 JR패스, 다양한 열차 경험, 그리고 에키벤이 선사하는 맛의 즐거움—이 어우러질 때 일본 기차여행은 비로소 완성된다. 20대 대학생이라면 학교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느긋하면서도 효율적인 철도 여정을 통해 새로운 시야와 감성을 얻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