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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숨은 소도시 여행

by goodxpert 2025. 4. 22.

일본의 숨은 소도시인 가마쿠라, 시라카와고, 구마모토, 벳푸의 대표 풍경을 담은 여행 사진

가마쿠라: 도쿄 근교 1일 여행 코스

가마쿠라(鎌倉)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내외에 닿을 수 있는 역사·문화의 보석 같은 소도시다. 9세기 중반부터 무사(武士)의 도시로 번성했던 가마쿠라는 쓰루가오카 하치만구, 고토쿠인(大仏), 하세데라(長谷寺) 등 수많은 사찰과 신사가 도심 곳곳에 남아 있어 ‘도쿄의 교토’로 불린다. 아침 일찍 JR 요코스카선으로 도쿄역을 출발해 약 55분 만에 가마쿠라역에 도착하면, 10시 정각쯤 고토쿠인 앞에 서 있는 대불(大仏)과 마주하게 된다. 높이 11.4m, 무게 약 93톤의 이 거대한 불상은 13세기 중반 건립 이후 여러 차례 지진과 해일을 견뎌냈으며, 그 규모와 역사적 가치로 가마쿠라 여행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대불 관람을 마치면 도보로 10분 거리인 하세데라로 향한다. 하세데라는 계단에 늘어선 수국이 유명해 6월 수국 축제 기간에는 일대가 꽃바다를 이룬다. 오후 12시경에는 가까운 ‘가마쿠라 소바 이치’ 같은 현지 소바 전문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메밀국수 한 그릇에 가마쿠라 특산 닭고기 튀김을 얹은 ‘가마쿠라 텐자루 소바’는 대학생 예은 씨(가명)가 추천한 메뉴다. 그녀는 “화려함보다는 오래된 골목길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소박한 맛집이 많아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동네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쓰루가오카 하치만구와 엔가쿠지(円覚寺)를 연이어 방문한다. 쓰루가오카 하치만구 본전 앞마당에서는 계절마다 다채로운 마츠리가 열리는데, 특히 가마쿠라 가을 축제(10월 하순)는 전통무용과 야타이(屋台)가 어우러진 장관으로 유명하다. 오후 3시경, 하치만구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인 엔가쿠지에 도착해 정갈한 선원(禅院)과 낙엽 길을 산책하면, 도시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엔가쿠지 옆에 있는 가마쿠라대학 출판부 카페에서는 현지 작가의 일본차와 달콤한 화과자를 맛볼 수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20대 학생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마지막으로 해질녘에는 엔노시마 방면으로 향해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식당 ‘스카이 뷰 가마쿠라’에서 가마쿠라 앞바다를 조망하며 일몰을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이곳의 시라스 덮밥(젖갈 새우 덮밥)은 신선함이 남다르며, 여행자 지훈 군(가명)은 “도쿄 도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붉은 해넘이와 바다 내음이 1일 여행의 피로를 완벽히 씻어준다”고 전했다. 평일 오전에 출발해 이른 저녁에 돌아온다면, 무리 없이 1일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단, 주말과 축제 기간에는 전철과 관광지 입장이 붐비므로 가급적 화·수·목요일을 선택하고, 자전거 대여(가마쿠라역 앞)를 활용해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좋다.

 

다카야마 & 시라카와고 겨울 여행기

중부 산악지대인 기후현(岐阜県)의 다카야마(高山)와 시라카와고(白川郷)는 겨울철이면 고즈넉한 설경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소도시다.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로 불릴 만큼 에도 시대(江戸時代)의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된 구시가지가 매력이며, 시라카와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합장(合掌) 양식 가옥들이 눈밭 위에 빼곡히 들어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도쿄 신주쿠 발 야간버스를 이용하면 밤새 이동해 아침 6시경 다카야마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첫날 이른 아침 다카야마 아침시장에서 신선한 현지 채소와 명물 흑돼지 만두를 맛보고, 9시부터 시작되는 구시가지 산책을 추천한다.

온종일 다카야마에 머문 뒤, 둘째 날에는 버스를 타고 약 50분 거리의 시라카와고로 향한다. 설원 위에 놓인 전통 가옥들은 낮에는 목조의 따뜻한 색감이, 밤에는 조명이 어우러진 오렌지빛 운치가 뛰어나다. 특히 오기마치(荻町) 마을 전망대에서는 설원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다. 작년 12월,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지수 양(가명)은 “눈이 소복이 쌓인 기와지붕 위로 조명이 반짝이는 모습은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며 “추운 날씨에도 손이 시려워질 틈이 없을 만큼 설경이 아름다워, 겨울 사진 여행지로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다카야마·시라카와고는 방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두툼한 패딩과 방수 부츠, 터치 가능한 장갑을 챙기되, 목도리와 내의는 얇은 기모 제품을 레이어드하는 것이 체온 조절에 유리하다. 또 다카야마 주변으로는 히다 온천(飛騨温泉) 마을이 산재해 있어 설경을 본 뒤 따뜻한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해 도쿄로 돌아올 때는 마고메(馬籠)와 츠지야마(妻籠) 같은 주쿠마치(宿場町)에도 들러 구(舊) 상업·숙박거리를 둘러보며 밤늦게까지 겨울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구마모토 & 벳푸, 규슈의 숨은 매력

규슈(九州)의 중추 도시인 구마모토(熊本)와 온천 도시 벳푸(別府)는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현지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좋은 소도시다. 구마모토는 7세기 후반에 축조된 구마모토성(熊本城) 복원 작업이 한창이며, 성 주변 수이젠지 정원(水前寺成趣園)에서는 일본식 정원의 미를 만끽할 수 있다. 오전 9시 구마모토역에 도착한 뒤, 성터를 가로질러 아침 산책을 즐긴 뒤 현지 음식점 ‘우마카’에서 소바와 구마모토라멘을 맛보기를 추천한다. 구수한 돼지뼈 육수에 마늘칩을 올린 구마모토라멘은, 여행을 함께 떠난 선배 승민 군(가명)이 “진한 국물 덕에 몸 속까지 따뜻해진다”고 극찬한 메뉴다.

점심 식사 후 JR 큐슈 일일 패스를 이용해 벳푸로 이동하면, 오후 3시경에는 지옥 온천(地獄温泉) 투어가 가능하다. 우미 지고쿠(海地獄), 치노이케 지고쿠(血の池地獄) 등 8곳의 온천은 각각 색과 테마가 달라, 20대 일행이 서로 다른 ‘지옥’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치노이케 지고쿠의 붉은 온천수는 철분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어서 벳푸역 인근 ‘모래찜질 체험장’에 들러, 따뜻한 온천 모래에 몸을 묻는 색다른 온천욕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별도시 온천지구인 오이타현 아소산(阿蘇山) 일대를 당일치기로 여행해 보길 권한다. 아소산 분화구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경은, 화산 활동이 만든 대자연의 웅장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귀국 전 구마모토 공항으로 향하기 전, 구마모토 중심가에 위치한 ‘텐진바시 마츠리 광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들러 구마모토 한정 맥주와 현지 과자 ‘카타라멘’을 시식해 보는 것도 잊지 말자. 대학 선후배 네 명이 함께 떠난 지난해 3월 여행에서, 이들은 “유명 관광지에만 머물렀다면 놓쳤을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최고의 추억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규슈의 소도시는 화려함 대신 소소한 교류와 일상의 여유를 선사하니, 다음 여행지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