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도 산책로와 돌산대교 야경
여수의 밤바다는 오동도 산책로에서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짙은 밤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데크길은 걷는 내내 바다 내음과 함께 잔잔한 파도 소리를 선사한다. 곳곳에 설치된 야간 조명은 산책로를 은은하게 비추어 한여름 밤에도 시원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붉은 동백꽃이 피어날 때면 산책로 양옆으로 붉고 노란 동백꽃이 드문드문 피어나 한층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멀리 바다 위로 수놓인 돌산대교의 야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돌산대교는 매시간 정각마다 조명 색이 변하며 화려한 빛의 물결을 펼쳐 보인다. 다리 위 보행자 전용 구간에 오르면 바다 위로 이어진 길을 따라 파란빛과 보랏빛이 교차하는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휴대전화 삼각대를 세워놓고 아름다운 포토존을 확보하기에도 제격이다.
주말 저녁이면 산책로에 버스킹 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기타를 둘러메고 해변을 배경으로 노래하는 연주자들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작은 축제를 선사한다. 대학생들이 편하게 머물며 가벼운 토크를 나누거나 커피 한 잔과 함께 공연을 감상하기 좋은 공간이다. 더운 여름밤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선선한 가을밤에는 따뜻한 어묵 국물을 들고 음악과 경치를 만끽해 보자.
낭만포차 거리에서 해산물 안주 즐기기
돌산대교 야경을 감상한 뒤에는 낭만포차 거리로 발길을 옮겨 보자. 이곳은 여수항 인근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빨간 천막과 작은 의자, 노란 등을 지나치면 금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위로는 배들이 유유히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길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낮 동안의 분주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밤바다의 정취만이 가득 차오른다.
낭만포차의 대표 해산물 안주로는 통오징어 구이와 키조개 관자구이가 있다. 통오징어는 달착지근한 간장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구워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하며, 키조개 관자는 소금구이나 버터구이로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제철 전어회, 갈조합탕, 전복버터구이 등 메뉴가 다양해 취향에 맞춰 골라 먹을 수 있다. 특히 전어회는 가을 전어철(9~10월)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한 점 베어 물 때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포차 사이사이에는 즉석에서 해산물을 손질해 주는 상인들이 있어,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면서 주문할 수 있다. 소주 한 병과 함께하는 모둠 해산물은 2~3인이서 즐기기에 충분하며, 대학생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대로 제공된다. 또한 포차 앞 무대에서는 종종 어쿠스틱 연주가 펼쳐져, 친구들과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가벼운 댄스를 즐기며 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향일암 일출·일몰 포인트
낭만적인 밤바다를 만끽한 뒤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향일암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향일암은 여수 돌산도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암자(岩寺)로, 해가 동쪽 바다 위로 떠오르는 장관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명소다. 해맞이 시각 약 30분 전 도착해 작은 암자 앞 바위 위에 자리를 잡으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불타는 듯한 붉은 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른 새벽 바닷바람은 차지만, 일출 직전의 차가운 공기는 오히려 깨어 있는 감각을 일깨워 주며, 순간순간 변하는 하늘빛의 스펙트럼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향일암 입구에서 암자까지는 약 10분 정도의 오르막길이지만, 곳곳에 설치된 계단과 난간이 안전을 돕는다. 산책로 옆으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사계절 내내 상쾌한 숲내음을 맡으며 걸을 수 있다. 일출을 감상한 뒤에는 암자 뒤편 전망대에 올라 돌산 연육교와 멀리 금오산, 그리고 여수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자.
반대로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향일암의 서쪽 바위 해변으로 내려가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붉은 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 바다 위로 길게 늘어지는 황금빛 물결은, 누구라도 잠시 말을 잃게 만드는 장면이다. 이때는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해 장노출로 물결을 표현하거나, 약간의 풍경과 함께 사람 실루엣을 담아 ‘인생샷’을 건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