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깐터 지역 커피 농장 방문
메콩강 삼각주 한복판에 자리한 깐터(Cần Thơ) 지역은 그간 쌀과 과일로만 명성을 누려 왔지만, 최근 들어 커피 농장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농업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껀터 시내에서 차량으로 30분가량 떨어진 ‘삼솜 커피 농장’은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농장으로,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체험형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취재팀이 직접 체험한 통째로 딴 커피 열매 수확 과정은 단연 압권이었다.
이 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방식의 웻 프로세싱(wet processing)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당일 수확한 체리는 가공장으로 옮겨져 과육을 말끔히 제거한 뒤 물에 담가 발효시키게 되는데, 이때 미생물 작용으로 생기는 독특한 과일 향이 깔끔한 애시디티(acidity)를 한층 더 살려 준다.
농장 한쪽에는 자체 로스터리 시설도 갖춰져 있다. 로스팅 기계에서 갓 나온 원두는 스모키한 향과 함께 고소한 견과류 풍미가 느껴지며, 맛을 음미할수록 여운이 깊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로스터리 투어에는 농장주가 직접 들려주는 베트남 커피 역사와 로스팅 노하우 강의가 포함되며, 현지 바리스타 트레이닝 과정을 밟은 뒤 자신만의 커피 블렌드를 만들어 보는 ‘바리스타 체험’까지 이어진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단순한 농장 견학을 넘어 생산-가공-로스팅에 걸친 전 과정을 이해하며, 커피 한 잔에 담긴 수많은 손길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에그 커피(Cà phê trứng) 명소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 메뉴 중 하나인 에그 커피(Cà phê trứng)는 1940년대 하노이 출신의 바리스타 응우옌 응옥 지앙(Nguyễn Ngọc Giảng)에 의해 개발된 이래, 현지에서 사랑받는 전통 커피로 자리 잡았다. 깐터 지역에서 이 독특한 메뉴를 맛보기 위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시내 중심가 동나이 거리(Dòng Nai Street)에 위치한 ‘카페 릴리(Café Lily)’다.
카페 릴리의 에그 커피는 신선한 닭알 흰자와 설탕, 연유를 거품기로 오랜 시간 휘저어 만든 크리미한 에그폼(egg foam)이 특징이다. 커피 베이스로는 농도가 진한 로부스타를 사용해 무거운 바디감을 살리고, 그 위에 사르르 녹는 에그폼을 얹어 두 층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한다. 인근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최지우 씨는 “처음 마셔보면 마치 디저트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지만, 아래쪽 에스프레소 층과 섞일 때 진한 커피 맛이 올라와 묘한 균형미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추천 장소는 한강 다리 근처에 자리 잡은 ‘노란 대로 카페(Boulevard Jaune)’다. 이곳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함께 베트남 전통 찻잔에 에그 커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지 사진작가 팜 티엔 탄(Phạm Tiến Tân) 씨는 “사진 촬영을 즐기는 젊은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며,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대기 시간에 바깥테라스에서 메콩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즐거움”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깐터 시외곽의 ‘레 트레 카페(Lẽ Trẻ Café)’다. 이곳은 오픈 키친 형식으로 에그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일 평균 200잔 이상을 소화하는 바리스타 투안(Tuấn) 씨는 “완벽한 에그폼을 만들기 위해 연유와 달걀 비율을 매일 미세하게 조정한다”고 설명하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단맛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단맛이 강한 것을 선호하는 20대 대학생 김다영 씨는 “내 입맛에 맞춰 달콤함을 조절해 주니 에그 커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로컬 스페셜티 카페 리뷰
깐터 지역에는 전통적인 커피 메뉴 외에도 다양한 스페셜티 카페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중에서도 ‘메콩 스페셜티(Mekong Specialty Roasters)’는 자체 로스팅 라인을 보유해 원두의 출처부터 농법, 프로세싱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최근 SNS를 통해 화제가 된 이곳은 깐터 외곽의 작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인더스트리얼 감성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메콩 스페셜티에서는 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다루며, 깐터 지역 커피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로부스타와 블렌딩해 로컬 풍미를 가미한다. 전문 바리스타인 린(Linh) 씨는 “싱글 오리진은 개성 있는 산미와 향미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반면, 우리 땅의 로부스타가 더해지면 고소한 바디와 묵직한 질감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스페셜티 카페 ‘페디 커피(Peddy Coffee)’는 깐터 시내 골목 깊숙이 숨어 있어, 마치 동네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에는 다채로운 식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하루 30잔 한정으로 ‘콜드 브루 하우스 블렌드’를 판매한다. 이 메뉴는 18시간 이상 저온 추출된 콜드 브루에 베트남 식 스파이시 시럽을 살짝 더해 매콤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린하우스 커피(Linhaus Coffee)’에서는 매달 지역 소규모 농가를 선정해 컨셉을 바꾼 팝업 로스터리 행사를 연다. 5월에는 인근 안장마을(An Giang Province)의 고산지 커피 농원을 소개하며, 이곳 원두를 이용해 라떼 아트 워크숍과 싱글 오리진 테이스팅 세션을 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