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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친환경 여행 코스

by goodxpert 2025. 6. 5.

친환경 카페 내부에서 한 여행객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

 

껀터 에코 투어 프로그램

베트남 남부 메콩 델타의 중심 도시인 껀터(Cần Thơ)는 넓은 강과 운하가 그물처럼 얽혀 있는 지역이다. 여기서 운영되는 껀터 에코 투어 프로그램은 대규모 상업 관광 대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친환경 여행을 지향한다. 투어는 주로 아침 일찍 시작되는데, 햇살이 동트기 전 운하 위로 안개가 드리우는 장면은 마치 수묵화 속 한 폭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참가자는 뱃사공이 노를 젓는 작은 전통 목선(Thuyền Ba Lượt)에 올라탄다. 이 배는 배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노를 저어 움직이는데, 시동 소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물새들이 놀라 도망치지 않는다. 조용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운하를 누비면, 수면 위로 햇빛이 반짝이고 강변 수초 사이로 붉은 염주꽁뚜(khóm đỏ)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친환경 농장 방문’ 코스다. 탄롱(Tân Long) 마을 근처에는 소규모 가정농장이 여러 곳 모여 있다. 대부분의 농가는 화학 비료 대신 동물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고, 농약 사용량도 최소화한다. 예컨대, 한 농장은 꿀벌이 농작물을 직접 수분시키도록 벌통을 설치해 놓았으며, 이를 통해 생산된 유기농 쌀과 열대 과일을 시식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논두렁을 따라 걷거나 작은 배를 타고 논으로 들어가 직접 모내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때 농부들은 “벼 이삭 하나하나가 지역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며, 생태계 보존이 곧 농민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은 껀터시장을 비롯한 여러 친환경 식료품점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투어는 메콩 강가의 수상가옥 홈스테이 체험을 포함한다. 수상가옥은 나무와 대나무로 지어졌으며, 바닥에는 대나무 판자로만 이루어져 있어 물 위에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숙소를 운영하는 호앙 가정(Hoàng家)은 전통 방식으로 지은 집 안에서 직접 재배한 자바 커피(Cà phê Java)와 천연 허브차를 대접한다. 식사는 주로 지역에서 잡은 민물고기와 채소를 사용하며, 모두 농약이나 화학조미료 없이 조리한다. 호앙 아저씨는 “메콩 강이 우리 삶의 터전이기에 물을 깨끗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행자에게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실제 투어 참가자 김모(22·대학생) 씨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직접 교류하면서 환경 보호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도 껀터 에코 투어 프로그램은 지역 NGO와 협력하여 ‘강 환경 정화 활동’을 병행한다. 투어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화분으로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한다.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화분은 강변 길가나 학교에 기증되어, 버려진 플라스틱이 새로운 생태 교육 도구로 탈바꿈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은 단지 관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여행을 통해 지역 사회와 자연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체험하게 해준다.

 

사파 열대우림 재래숲 트레킹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Lào Cai) 성에 위치한 사파(Sapa)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 지대다. 이곳은 소수민족 마을이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주변으로 울창한 열대우림 재래숲이 펼쳐져 있다. 사파의 열대우림은 여느 남부 열대우림과 달리 고도차에 따른 독특한 기후 덕분에 희귀 동식물이 공존하는 천혜의 보물창고다. 사파 트레킹 프로그램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 가이드가 인솔하며, 지정된 등산로만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가이드는 토양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시 자라난 식물들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수시로 안내한다.

트레킹은 주로 새벽에 시작된다. 고도 1,600m 지점에서 출발하여 약 6km를 이동하며, 평탄한 구간을 지나 나무계단을 올라야 하는 구간이 전개된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사파의 구름바다 구경이 가능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아침 햇살이 산자락을 감싸 안으면 구름이 산허리를 흘러가는 장관이 연출되는데, 이는 마치 신문 지면 속 사진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듯한 풍경이다. 이 지점에서 가이드는 곤돌라로 이동하거나, 직접 걸어 올라온 경우에는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기도 한다. 특히 대학생 김민수(24) 씨는 “친구들과 함께 힘들게 걸어 올라간 끝에 본 구름바다는 그 어떤 SNS 사진보다 강렬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열대우림 재래숲 구간에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서 코끼리 목덜미처럼 생긴 기이한 형태의 식물과 흰 난초, 열매가 탐스럽게 열린 커피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이 숲은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보호구역으로, 불법 벌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가이드는 재래숲의 특징을 설명하며, 오래된 세쿼이아과 나무의 나이테를 관찰하게끔 돕는다. 또한 희귀 조류인 사파누스(sapanu)와 사파뷸비(sapabulbi) 같은 이름을 가진 새들이 이 숲에서 번식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아름다운 조류 관찰 기회를 제공한다. 직접 바라본 새들의 울음소리는 언젠가 환경 파괴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종들이기에 더욱 울림이 깊다.

사파 재래숲 트레킹 중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소수민족 마을 방문이다. 이 여정에서는 하몽(H’mong), 자파(Zá Phá) 등 현지 마을을 지나가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른 무농약 채소와 옥수수, 그리고 집집마다 지어 놓은 푸른색 물레방아를 구경할 수 있다. 자파 마을의 65세 노인 쩐 응우옌(Trần Nguyễn) 할머니는 “여행자들이 숲속에서 우리 생활을 이해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친환경 농사법을 전수해 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 중 일부는 귀국 후 자신들의 대학가 근처에서 작은 친환경 텃밭을 가꿔 보기도 했다.

사파 열대우림 재래숲 트레킹은 사파 시내에서 출발해 하루 종일 걸리는 일정이지만,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도록 기획돼 있다. 더불어 여행객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도록 소수민족 수공예품 구매를 권장하며, 수익금 일부가 마을 학교와 재생 에너지 시설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트레킹 프로그램 자체가 사파 지역의 지속 가능 발전을 견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활용 카페 & 로컬 친환경 상점

베트남의 대도시들, 특히 호치민시와 하노이에는 ‘재활용 카페’라는 새로운 개념의 카페가 등장했다. 이들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화분에 거름으로 쓰거나, 폐플라스틱을 모아 조명갓으로 만드는 등 재료의 90% 이상을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호치민시에 위치한 ‘그린 버튼(Green Button) 카페’는 로컬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의자와 테이블을 사용하며, 매장에 놓인 원두 찌꺼기로 재배한 허브를 브런치 메뉴에 곁들인다. 이 카페를 방문한 여행자 박지현(23·대학생) 씨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내 환경 영향력을 최소화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하노이에서는 재활용 카페뿐 아니라 로컬 친환경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하노이 올드쿼터 근처 골목에 위치한 ‘에코 하이브(Eco Hive)’는 현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비누, 대나무 칫솔, 천연 원단으로 만든 에코백 등을 판매한다. 이 상점은 실험 가게 형태로, 물건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 대부분을 지역 농가와 협력해 수급한다. 한 한국인 여행자 이모(21·대학생) 씨는 “해외여행 중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현지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들렀다”며, 직접 고른 대나무 칫솔을 본인이 사 온 친환경 선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낭과 훼 같은 중소 도시에서는 재활용품을 활용한 벽화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다낭 대학교 인근 골목에는 버려진 캔과 플라스틱 병을 모아 만든 대형 벽화가 걸려 있어,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떠올랐다. 벽화 제작에는 지역 주민과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었는데, 벽화 앞에는 ‘환경을 지키는 우리 모두의 약속’을 적은 문구가 쓰여 있다. 이곳에서 라오스 출신 유학생 셴(24) 씨는 “현지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베트남 환경 문제에 대해 현장감 있는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활용 카페와 로컬 친환경 상점은 단순히 소비를 촉진하는 장소를 넘어, 방문객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나 스테인리스 빨대를 제공하고, 손님이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매장 내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라이프스타일, 업사이클링 공예, 천연 비누 만들기 강좌 등을 열어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호이안(Hội An)에서는 전통 수공예 상점에서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낭만 등불을 제작하여 공급하기도 하는데, 이 등불은 야간 투어 코스에 활용되어 관광 수익금 일부가 마을 유지 관리와 환경 보호 기금으로 환원된다.

이처럼 베트남의 재활용 카페와 로컬 친환경 상점은 여행자에게 단순한 관광이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와 경험을 제안하며, 지역 사회와 자연이 함께 상생하는 모델을 실천 중이다. 20대 대학생 독자들은 이러한 공간을 방문함으로써 여행으로 인한 환경 발자국을 줄일 뿐 아니라, 현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