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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통 축제 & 행사 체험

by goodxpert 2025. 6. 2.

가족이 보름달 아래 월병을 나누고, 티엔무 사원 앞 퍼퓸 강 위에 연등이 떠 있으며, 후에 황성에서 전통 궁중 음악이 연주되는 세 가지 장면

 

중추절(월병 축제) 풍경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에 해당하는 베트남의 대표적 전통 명절로, 한국의 추석과 유사하게 가족 간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이다. 이 시기 베트남 전역에서는 달을 바라보며 월병(면병이라고도 불림)을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월병은 둥근 형태에 달콤한 팥소나 녹두소, 커스터드, 심지어 달콤한 두리안처럼 다양한 속을 넣어 만든 과자로, 한 입 깨물면 속에 채워진 소가 부드럽게 퍼진다. 특히 호치민시 구(區) 곳곳의 야시장은 중추절을 앞두고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형형색색의 월병 진열대 옆에는 전통 소망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늘어서 있다.

하노이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면, 한 축제 상인은 달맞이용 삼계탕이나 돼지고기 편육을 담은 소형 도시락을 선보인다. 또한, 중추절 당일 밤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집 마당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촛불과 등불을 켜고, 연날리기나 전통 놀이인 ‘뜬쇠(남부 지방에서 사용하는 작은 북)’를 치며 흥을 돋운다. 베트남 북부의 많은 가정에서는 음력 15일 저녁 식사 후 정원에 모여 달을 감상하며, “달(Trăng)과 가을(Thu)의 풍성함을 함께 누리자”는 의미로 소박하지만 정성어린 제사를 지낸다.

특히 중추절 전후로 하노이 문묘(文廟) 주변 공원에서는 전통 음악 공연이 열려, 학생들은 소규모 단체로 전통 악기인 장고(쯔엉보)를 배우는 체험 부스에 참여한다. 게다가 지자체별로 내걸린 표어는 ‘Gia đình đoàn viên, Trăng tròn ấm áp’(가족 화합, 따뜻한 보름달)와 같이 명절의 의미를 강조한다. 

 

티엔무 사원 연등 축제

중추절과 더불어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Huế)의 티엔무 사원(Thiên Mụ Pagoda) 연등 축제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티엔무 사원은 1601년 응우옌 왕조 초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불교 사원으로, 향수강(Perfume River)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사원과 강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매년 정월 보름날(음력 1월 15일)에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수천 개의 연등(전통 종이 등불)을 사원 내부와 외부에 매달아 장관을 이룬다. 이때 후에 시(市) 당국은 사원 입구부터 강변까지 양쪽 길가에 화려한 등불 가로등을 설치하고, 불교 의식을 겸한 연등 점등식을 거행한다.

축제 당일 현지 대학생들은 전통 한복인 아오자이(Áo dài)를 차려입고 사원으로 향한다. 관광객 C씨(23세)는 “정말 아름다웠다. 해질 무렵 강 위에 띄운 작은 등불들이 물결에 반사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연등 끈을 잡아당기면 촛불이 켜지는 구조로, 누구나 직접 등불에 불을 붙이는 체험이 가능하다. 해질녘 이후 티엔무 사원 앞 정원에서는 사원 스님과 수행자들이 불경 독경을 시작하고, 강변에는 국악 연주와 전통 무용 공연이 배치되어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사원 내 경내를 순례할 때는 대형 솟대처럼 생긴 탑 아래에서 서원을 비는 이들의 모습과,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현지 커플들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은 과거 응우옌 왕조 시절 황실이 후에 지역을 수도로 정했던 역사적 배경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축제 다음 날에는 사원 인근 대학교 학생회가 주최하는 봉사 활동이 진행되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연등 만드는 법을 가르치거나, 간이 한옥 의자(나무로 만든 접이식 의자)에서 전통 과자인 뻐이(Phổ chỉ, 한지 모양 과자) 시식을 제공한다.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은 구독자들이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직접 몸소 느끼는 계기를 마련하며, 단순한 관광을 넘어 민속 종교 의식의 의미와 연등 하나하나에 담긴 소원을 이해하게 한다.

 

후에 황성 전통 음악 공연

후에(Huế)는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역사적 도시로, 그 중심에 황성(Imperial Citadel)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주로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응우옌 왕조 시대 궁정에서 연주되던 전통 음악인 냐 냑(Nhã nhạc, ‘궁중 음악’) 공연이 열린다. ‘냐다냑’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황성 내부 태화전 앞 마당에서 현악기(예: 가무(Đàn nguyệt), 쯔엉보(Trống), 징(Ching))와 목관악기(예: 싱(Sáo trúc), 싸오뜨람(Sáo trầm)) 연주자들이 고전 의상을 갖춰 입고 악기를 연주한다. 의식적 색채가 짙은 공연 구성은 ‘왕권의 권위와 신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궁중 군사 행진, 황제 행차 의전, 제례 음악, 향과 꽃을 바치는 의식 등으로 이어진다.

황성 정문인 문묘(Môn Ngọ Môn)를 통과하면 바로 나오는 태화전 앞에서는 매 공연마다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어우러진 악기 선율이 울려 퍼진다. 황성 무대에는 사전에 예약한 소규모 단체(최대 30명)만 입장할 수 있어, 대학생 단체나 동아리에서는 여행사나 대학 교내 연단체를 통해 일정을 미리 조율한다. 특히 후에 국립대학교 동아리에서 보낸 봉사단은 무대 뒤에서 악기 조립과 의상 준비를 돕는 현장 체험을 할 수 있어, 공연 관람 이상의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또한 야간에도 황성 근처 우옌 학당(Huân học đường)에서 간단한 전통 음악 리사이틀이 마련된다. 이 공연은 냐 냑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현지 전통 악기 연주자와 민속 무용 팀이 함께 어우러져 관객에게 한층 친근한 음악 체험을 선사한다. 황성 외곽에 위치한 서학당(Học viện Tây học) 주변 카페에서는 공연 전후에 전통 찻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구독자들은 공연 감상 후 녹차와 뎀빗(Trà đậm vị; 향이 강한 차) 같은 후에 전통 차를 시음하며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이처럼 후에 황성 전통 음악 공연은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공연이 아닌, 베트남 유구한 왕조의 문화유산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공연 티켓은 후에 관광청 웹사이트나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특히 성수기(5월~8월)에는 일찌감치 매진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