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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역사 유적지 탐방

by goodxpert 2025. 5. 30.

머리 랜턴을 단 청년이 좁은 꾸찌 터널을 기어 나오고, 뒤쪽엔 전쟁 증적 박물관 관람객과 야외 전차 전시가 한 화면에 어우러진 이미지

꾸찌 터널의 구조와 관람 팁

베트남 남부 껀터(호치민시 인근) 지역에 위치한 꾸찌 터널은 1948년부터 베트남 독립전쟁 당시 베트콩이 구축하기 시작해 1960년대 미국과 남베트남군에 맞서 확장된 지하 요새다.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미로 같은 터널망은 지하 지휘소, 병영, 병원, 주방, 회의실, 감시 초소 등으로 구성된다. 주 진입로는 대나무로 가장해 눈에 띄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천장 높이는 보통 1.2m로, 성인 남성이 허리를 숙여야 통과할 수 있다. 통로 폭은 0.7m 정도로 매우 좁아, 실제 방문객은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모아 지나야 한다.

관람을 위해서는 오전 8시 전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한낮에는 지하 환기 시설이 충분치 않아 습도가 급상승하고 공기가 탁해진다. 편안한 운동화와 가벼운 긴 소매·긴 바지를 착용해야 긁힘과 벌레 물림을 방지할 수 있다. 헤드랜턴이나 소형 손전등을 지참하면 어두운 내부를 살피기에 유리하다. 터널 내 기온은 지표면보다 2~3℃ 낮아 시원하지만, 습기로 인해 땀이 많이 나므로 작은 물병을 준비해 두는 편이 좋다.

관람 팁을 정리하자면, 사전에 공식 웹사이트나 여행사를 통해 투어 시간을 예약하고, 오전 일찍 방문해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꾸찌 현지에서 2~3시간을 배정하면 충분히 주요 구역을 둘러볼 수 있다. 내부 이동이 어렵다면 출구 쪽에 위치한 전시장과 모형 전투 구역만 선택 관람할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해 가이드 지시에 항상 귀 기울이고, 좁은 구간에서는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이동할 것을 권한다.

 

전쟁 증적 박물관(Bảo tàng Chứng tích Chiến tranh)

호치민시 28 Nguyễn Thông 거리에 자리한 전쟁 증적 박물관은 1975년 통일 이후 전쟁의 참상을 기록·전시하기 위해 1979년에 설립되었다. 내부는 크게 사진 전시관, 무기 체험관, 문서 보관실, 현지 참전군인 인터뷰 영상관으로 나뉜다. 사진 전시관에는 기갑 부대의 참전 장면, 폭격으로 파괴된 마을, 민간인 학살 현장 등을 촬영한 흑백·칼라 사진 3,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베트남 전쟁의 규모와 파괴력을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무기 체험관에서는 1950~70년대에 실전 투입된 M16 소총, AK-47, 박격포, 자주포 모형을 직접 만져보거나 들어볼 수 있다. 문서 보관실에는 미국 정부와 남베트남 정권이 작성한 군사 기밀 문서 사본, 참전 군인의 일기, 민간인 증언 기록이 비치되어 있어, 전투 이면의 인권 침해와 심리전 양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영상관에서는 실제 참전군인과 피해 민간인이 인터뷰한 4K 화질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입장 시 대여하는 오디오 가이드(영·한·중어 지원)를 통해 자막과 음성 해설을 선택할 수 있다.

관람 요령으로는 주요 전시실 순서를 사전에 파악해 약 2시간을 배정하고, 사진 촬영이 가능한 구역과 금지 구역을 구분해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거운 백팩은 로커에 보관하고, 영상관 상영시간이 정각에 시작되므로 상영 5분 전에는 착석해야 자막 누락을 방지할 수 있다. 관람 종료 후 박물관 내 카페테리아에서 전시 관련 도록과 기념 엽서를 구매해 학습 자료로 활용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호아빈 전쟁기념관 방문기

베트남 북부 호아빈성(Hòa Bình Province) 중심부에 위치한 호아빈 전쟁기념관은 1979년 중국과의 국경 분쟁(중·베트남 전쟁)을 기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982년에 세워졌다. 외관은 전투기 꼬리 날개 형상을 본떠 디자인되었고, 내부에 들어서면 전사자 명비가 세워진 추모 광장, 전투 기록관, 다목적 영상실, 야외 기념 전차·포 전시 공간으로 구분된다.

추모 광장에는 2,000여 명의 전사자 이름이 대리석 벽에 새겨져 있어, 방문객은 벽면을 천천히 훑으며 한 명 한 명의 이름 앞에 헌화할 수 있다. 전투 기록관에는 국경 분쟁 시 사용된 탄피, 군복, 개인 일지(원본), 전투 명령서 등 유물을 진열해 당시 전장의 실상과 군인들의 심경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야외 전시장에는 T-34 전차, ZPU 대공포, BTR 장갑차 등이 배치돼 있어 직접 차량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한 한국인 배낭여행객은 “같은 베트남이라도 남부 꾸찌나 호치민의 박물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며, 추모 광장에서 바라본 주변 산세가 전쟁의 비극과 자연의 평화가 교차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여행객은 현지 고등학생 자원봉사 가이드와 함께 다목적 영상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며 전사자 가족의 증언을 듣고, 인터뷰 형식으로 블로그에 상세한 후기를 남겨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호치민시나 하노이에서 호아빈으로 직행하는 버스를 이용해 아침 일찍 도착하고, 기념관 앞 숙소에 짐을 풀면 여유 있게 전체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소액이며, 주말에는 현지 시민이 많이 찾아 다소 붐빌 수 있으니 가능한 평일 오전 관람을 추천한다. 기념관 인근에는 현지 전통 음식점과 커피숍이 있어, 관람 후 베트남 북부 특유의 달콤한 연유 커피 ‘카페 쓰어 다( cà phê sữa đá)’ 한 잔으로 여독을 풀기에 좋다.

이 세 곳의 전쟁 유적지를 통해 20대 대학생이라면, 역사적 사실과 현장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며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깊이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밤낮 가리지 않는 전쟁기의 기록과 지하요새의 숨결이 담긴 꾸찌 터널, 사진과 문서로 아카이브된 호치민시 박물관, 그리고 북부 국경 분쟁의 흔적이 남은 호아빈 전쟁기념관까지, 방문 여정마다 얻는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