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 중국, 인도문화 공존의 현장
말레이시아의 대표 도시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중국·인도계가 한데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이다. 도심 한복판 캠풍바루(Kampung Baru)에서는 전통 말레이 가옥이 현대식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조용히 숨쉬고, 이에 인접한 차이나타운 페탈링 스트리트(Petaling Street)에는 중국식 홍등이 계절마다 불을 밝힌다.
이와 동시에 리틀 인디아(Brickfields) 구역에서는 타밀계 노점들이 인도의 향신료 냄새를 풍기며 로티 차나이(Roti Canai)와 바나나 잎 밥(Banana Leaf Rice)을 판매한다. 탐방단은 이곳에서 푸리(Puri)와 사모사(Samosa)를 시식하며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기는 풍경이 이토록 일상적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쿠알라룸푸르는 거리마다 세 민족의 삶터가 차례차례 이어지며 각각의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드문 도시다.
또한 각 문화권의 기념일이 겹치는 순간이면 도시는 더욱 화려해진다. 중국의 춘절에는 차이나타운 전역에 붉은 복(福) 자가 걸리고, 디왈리(Diwali) 기간에는 리틀 인디아 거리가 반짝이는 전등으로 수놓인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말레이계 상점들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화(油花)와 화려한 성탄 트리를 내세워 “다민족이 존중하는 축제”를 실감케 한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다민족 문화 도시는 일상 속에 스며든 공존의 현장을 통해 ‘서로 다른 전통이 어떻게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를 눈앞에 보여 준다.
다양한 종교와 건축물의 매력
쿠알라룸푸르 곳곳에는 이슬람·불교·힌두교·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의 건축물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술탄 아브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 뒤편에는 국립 모스크(Masjid Negara)가 웅장한 돔과 날렵한 미나렛(minaret)을 자랑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편 쿠알라룸푸르 남서부 페탈링 자야에는 중국계 사원이 밀집해 있다. 그중 천후궁(Thean Hou Temple)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붉은 지붕의 화려한 경내가 펼쳐지며, 내부에서는 불교와 도교 의식이 함께 진행된다. 힌두교의 성지로 알려진 바투 동굴(Batu Caves)에는 높이 43m의 무루간 상이 우뚝 서 있고, 매년 1월에 열리는 타이푸삼(Thaipusam) 축제 때는 수만 명의 순례자가 장식 화살과 우유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동굴까지 이어진 272계단을 오른다. 이 축제는 ‘의지와 믿음’을 상징하며, 외국인 방문객 역시 그 장엄함에 숨을 멎을 정도라고 평가한다.
또한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세인트 메리(St. Mary’s Cathedral)와 세인트 존(St. John’s Cathedral) 성당은 고딕 양식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자랑하며, 주말마다 열리는 합창 예배는 기독교 문화의 일면을 경험하게 한다. 이렇게 쿠알라룸푸르는 종교 건축물마다 각기 다른 예술성과 신앙을 담아내면서도, 도시라는 동일한 무대 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각 민족의 대표 음식 소개
말레이 계 음식 중 가장 대중적인 나시르막(Nasi Lemak)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 짭조름한 삼발(Sambal), 삶은 계란, 오이, 땅콩이 한 접시에 어우러진 메뉴다.
중국계 대표 음식으로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Hainanese Chicken Rice)와 차클루파(Chak Lufah)가 있다. 차이나타운의 전통 가게를 찾은 C대 학생은 “닭 육수로 지은 밥이 구수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치킨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며, 현지인처럼 작은 도자기 그릇에 든 샤오롱바오를 곁들여 식사했다. 또한 딤섬 문화가 발달한 홍콩식 레스토랑에서는 소룡포, 마카오식 에그타르트까지 다양한 음식 체험이 가능하다.
인도계 음식은 로티 차나이(Roti Canai), 바나나 잎 밥, 비리야니(Biryani)가 유명하다. 특히 로티 차나이는 얇게 부친 빵을 커리 소스에 찍어 먹는 간편식으로,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되는 현지 아침 시장에서 신선한 커리와 함께 판매된다.
이 밖에도 포르투갈·영국·네덜란드 식민 역사에서 영향을 받은 푸른 바닷가 도시 말라카의 퍼니퍼 푸드, 중국계·말레이계 혼합 음식인 페낭의 니요니아(Nyonya) 요리 등, 각 민족의 전통이 스며든 메뉴는 무궁무진하다. 쿠알라룸푸르 곳곳의 골목식당과 야시장은 이처럼 말레이·중국·인도문화가 섞인 대표 음식을 통해 진정한 다문화의 맛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