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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의 이슬람 문화 이해하기

by goodxpert 2025. 5. 24.

말레이시아 모스크에서 금요일 기도 행렬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고르고 관광객에게 복장을 돕는 모습을 담은 세 장의 사진 모음

 

금요일 기도 시간과 사회 분위기

이슬람에서 금요일 기도(주마 금지)는 한 주의 핵심 의식으로, 남성 무슬림은 가능한 한 모스크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도록 권장된다. 말레이시아 공휴일과는 별개로, 매주 금요일 정오 무렵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전국 모스크 앞 광장 및 회중실이 예배 공간으로 전환되며, 교통 체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거나 다소 혼잡해지는 등 일상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예를 들어,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의 국립 모스크(Masjid Negara) 인근 도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차량 통제 구역이 늘어나고, 상점가도 12시 정각 직전에 일제히 휴업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현지 직장인은 “금요일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동료들과 함께 모스크로 향하기 위해 사무실이 한산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금요일 기도는 종교적 행위일 뿐 아니라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사회적 의례로 자리매김하여, 비무슬림 관광객들도 이 시간대에는 도로 혼잡과 상점 운영 시간을 미리 파악해야 불편을 피할 수 있다.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 역시 기도 시간에 맞춰 일과를 조정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현지 중·고등학생도 주말이 아닌 금요일에 한정된 ‘주마 예복’을 준비하여 교복 위에 겉옷을 걸치고 모스크를 찾는다. 공공기관과 은행 창구가 오후 12시 반부터 1시간가량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관공서 방문이나 은행 업무가 금요일에는 평소보다 이틀 치 업무로 몰리기도 한다. 이처럼 금요일 기도는 말레이시아 사회 분위기의 한 축을 이루며, 공동체와 종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문화

히잡(hijab)은 이슬람 신앙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자, 여성의 품위와 겸손을 표현하는 의례적 복장이다. 말레이시아 여성 무슬림은 종교적 소명뿐 아니라 개인적 신념과 패션 감각을 결합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스카프를 연출한다. 대표적인 예로, 말레이시아의 유명 인플루언서 네일로파(Neelofa)는 전통적인 사톨(satin) 소재를 현대적 레이어드 기법으로 매치하여 전 세계 무슬림 여성들에게 새로운 히잡 패션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러한 사례는 종교와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한편, 히잡 문화는 단순히 머리와 목을 가리는 행위를 넘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무실,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는 히잡 착용이 정규 복장으로 인정되어, 무슬림 여성들은 출퇴근·등굣길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색상과 패턴의 히잡을 매치한다. 조지타운의 한 대학생은 “히잡을 고를 때는 수업 분위기와 상담 일정, 실습 일정 등을 고려해 소재와 컬러를 선택한다”며 “강의실에서는 흰색 면 소재를, 공식 발표가 있는 날에는 매끄러운 새틴 소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와 디자인에 중점을 둔 로컬 브랜드가 늘어나, 전통 복식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성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비무슬림 여성이나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히잡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코타키나발루 등 다문화 관광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말레이 여성과 중국·인도계 주민들이 혼재해 생활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관찰된다. 이처럼 히잡 문화는 종교적 의무와 개인적 선택이 결합되어, 말레이시아 사회의 다원주의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이 지켜야 할 예절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모스크 출입 시에는 남성은 긴 바지, 여성은 머리와 팔·다리를 가리는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근처의 푸트라 모스크(Putra Mosque)에서는 입구에서 무료로 가운과 히잡을 대여해 주지만, 자신의 복장을 준비해 가는 것이 보다 성의 있는 방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 유럽 관광객이 반바지 차림으로 모스크에 들어섰다가 가운을 빌리느라 대기 시간이 길어져 일정을 변경해야 했던 사례가 있다.

둘째, 모스크 내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사진 촬영 시 플래시를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금요일 기도 중에는 기도자들의 집중을 해치지 않도록 정숙을 유지해야 하며, 기도당 중앙 통로를 가로지르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한 사진작가는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모스크 내부는 신성한 공간이므로, 예외 없이 삼각대를 설치하거나 무단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기도 시간이 아닐 때도 예배 공간을 존중하여 촬영 전에 가이드나 안내문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셋째, 라마단 기간에는 낮 시간대에 음식물 섭취나 음료를 마시는 것을 공개적으로 삼가야 한다. 현지 무슬림이 단식 중인 시간에 길거리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던 한 관광객은 일부 주민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라마단 기간에는 실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 식사하거나, 사전에 단식 시간 이후 개방되는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스킨십을 자제하고, 상점·시장에서는 정중한 태도로 흥정하며 대화하는 매너를 갖추면 현지인과의 교감이 한층 원활해진다. 이처럼 간단한 예절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말레이시아 이슬람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보다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