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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거리 산책

by goodxpert 2025. 7. 4.

전통의 센소지와 세련된 오모테산도, 활기찬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한 화면에 어우러진 도쿄의 거리 풍경

아사쿠사 센소지 및 나카미세 거리 탐방

도쿄 도심의 동쪽 끝에 자리한 아사쿠사(浅草)는 628년 창건된 센소지(浅草寺)를 중심으로 고즈넉한 전통미가 살아 숨 쉬는 구(舊)도심이다. 센소지 입구의 상징인 가미나리몬(雷門) 앞에는 커다란 붉은 홍등이 위용을 드러내며, 그 양옆으로 풍신·雷神 동상이 방위의 수호신 역할을 수행한다. 이 거대한 홍등을 뒤로하고 나카미세 거리(仲見世通り)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통 기념품점, 유바리키(揚げもち·튀긴 찹쌀떡) 가게, 센베이(煎餅) 포장마차 등 이색 먹거리와 공예품 상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나카미세 거리는 길이 약 250m에 불과하지만, 전통 건축양식의 처마와 목조 기둥이 나란히 이어져 과거 에도 시대(江戸時代)의 상점가 모습을 현대에도 여실히 전해 준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관광객이 드문 편이어서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최적이다. 센소지 경내로 들어서면 비취색 기와지붕과 흰색 벽이 조화를 이루는 본당(本堂)을 마주하게 되고, 그 옆 보답(宝塔)과 오로지(宝蔵)에는 과거 승려들이 남긴 경전과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향로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현지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이질적인 풍경은 아사쿠사만의 묘미다. 또한 센소지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오콘도(御控殿) 앞에서는 정기적으로 전통무용과 가가쿠(雅楽) 연주가 열리며, 매월 18일과 28일에는 관광객 대상의 무료 가이드 투어도 진행된다.

나카미세 거리를 따라 센소지를 나와 스미다강(隅田川) 쪽으로 걷다 보면, 과거 수상 교통의 요지였던 하나미 도리(花見通り)에 다다른다. 이곳은 봄철 벚꽃이 만개할 때 강변을 따라 벚꽃 터널을 이루는 명소로, 센소지에서 이어진 전통의 맥락과 현대 도시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강변에는 자전거 대여소와 벤치, 카페가 있어 느긋한 산책과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길 수 있으며, 유람선을 타고 스미다강을 가로질러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아사쿠사 센소지와 나카미세 거리는 전통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으로, 도쿄 균형 감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오모테산도 가로수길 부티크·갤러리 투어

메이지 신궁(明治神宮) 남쪽, 도쿄의 패션 중심지로 꼽히는 오모테산도(表参道) 가로수길은 ‘동양의 샹젤리제’라 불릴 만큼 세련된 거리미관을 자랑한다. 폭 30미터의 보도에는 정돈된 은행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에 건축 거장들의 작품이 숨어 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명작 ‘오모테산도 힐즈’는 곡선형 철골 구조와 유리벽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1층부터 6층까지 부티크·카페·레스토랑·전시 공간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계절별로 일본과 해외 디자이너의 팝업 스토어가 열려 신진 브랜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

가로수길 이면 골목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소규모 당대 미술갤러리와 개성 강한 편집숍이 즐비하다. 골목 어귀의 ‘스페이스 오모테산도’는 일본 현대미술 작가의 다채로운 회화·조각 전시를 상시 운영하며, ‘갤러리 트라이앵글’에서는 해외 유망 작가의 설치 미술과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구역 내에는 일본 전통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죽제품·도자기 전문점이 있어, 정교한 수작업의 가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점심 무렵 가로수길 중심부의 키커버드(KICKERBIRD)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긴 후, 인근 ‘퀸즈 이스트’ 건물 옥상 정원으로 이동하면 도쿄 시가지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유리창 너머로는 메이지 시대의 목조건물과 최첨단 건축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오모테산도 거리의 진면목을 실감케 한다. 오후 시간에는 유명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고, 저녁이 다가오면 골목길의 아트 바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갤러리 오프닝 리셉션에 참여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주변 스트리트 아트 감상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교차로로 손꼽히는 시부야(渋谷) 스크램블 교차로는 하루 평균 25만 명이 동시에 횡단 보도를 건너는 장관을 연출한다. 교차로 맞은편 하치코 동상 앞 광장에서는 도쿄 시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역동적인 군중의 흐름이 시시각각 펼쳐지며, 밤이 되면 네온사인이 교차로 전광판을 수놓아 도시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다.

이 일대는 전통적인 스트리트 아트 성지이기도 하다. 시부야 파르코(Shibuya PARCO) 건물 외벽에는 지역 아티스트가 제작한 대형 벽화가 계절마다 갱신되며, 1층 입구에서는 그래피티와 스텐실 아트로 채워진 ‘아트 버닝’ 전시가 상설 운영된다. 또한 인근 도겐자카(道玄坂) 골목에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이 은밀히 숨겨 놓은 스몰 사이즈 포스터와 페이퍼 아트 작품이 건물 사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집중해 살펴보면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교차로 서쪽 출구로 나와 ‘시부야 센터 스트리트(センター街)’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갤러리 겸 카페 ‘비스타 시부야(BISTA SHIBUYA)’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신진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이벤트가 열리고, 벽면에 즉흥으로 그려진 드로잉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사진 촬영을 원한다면 JR 시부야역 2층 연결 통로에 위치한 스카이 워크가 최적이다.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교차로 전경은 스트리트 아트와 군중, 네온사인이 어우러진 거대한 캔버스를 연상시킨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디지털 광고판이 산발적으로 깜빡이는 틈새마다 작가들이 남긴 예술적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는 20대 대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