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 관람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복합 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문화 콘텐츠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점이다. 2015년 개관 이래 계속해서 변화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예술과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ACC의 전시관은 크게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예술창작센터, 문화정보원 등 여섯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어, 방문 전 어떤 전시를 보러갈 것인지 미리 파악하고 동선을 짜는 것이 효율적이다. 갤러리 3·8과 미디어관은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으로, 회화·조각·미디어아트·설치미술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른다. 특히 최신 미디어 전시에서는 관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마련되어 있어, 영상과 소리, 움직임이 어우러진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ACC 기획전시실에서 대형 기획전이 열리는데, 올해 상반기 기획전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과 미래: 공감과 공존’을 주제로, 동남아시아와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 파트는 전통 소재와 현대적 재해석을 보여주는 회화 및 도자기 작품, 두 번째 파트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사진과 비디오 아트, 세 번째 파트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설치 전시로 구성된다. 20대 대학생 독자라면, 전시 관람 전 ACC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도슨트 오디오 가이드를 꼭 내려받아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작품 설명과 더불어 작가의 의도, 제작 배경, 시대적 맥락 등을 귀로 들으며 관람하면 훨씬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ACC 내부에는 전시 공간 외에도 아시아문화박물관이 있어, 전통 악기, 의상, 공예품 등 아시아 각국의 문화유산을 실제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상설전시관에서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전통 도자기 만들기 워크숍, 전통 악기 연주 체험, 민화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이는 주말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므로 사전에 참여 예약을 해야 한다. 전시 관람 후에는 ACC의 옥상 정원에 올라가 광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탁 트인 전경 사이로 보이는 무등산과 광주천 풍경은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광주만의 특징을 느끼게 해준다.
양림동 근대건축과 예술가 거리 산책
광주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양림동은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문화를 꽃피운 지역으로, 기독교 선교사들의 학교와 병원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근대식 건축물이 모여들었다. 현재 양림동 일대는 ‘양림동 근대문화역사거리’라는 이름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옛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해 갤러리, 카페, 공방 등으로 변신시킨 곳이 많다. 가장 먼저 들러볼 곳은 양림교회 인근에 위치한 100년 넘은 교회 건물로, 이곳은 내부 목조 구조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남아 있어 과거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교회 옆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양림돼지집 갤러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회화와 사진 작품이 주기적으로 전시되며, 갤러리 뒤뜰에서는 아기자기한 야외 설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양림동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예술가의 거리’로 불리는 곳이다. 골목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지만, 곳곳에 작가들이 거주하며 운영하는 작은 작업실과 공방이 자리한다. 길을 따라 벽면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와 그래피티 아트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특히 청년 작가 모임인 ‘양림아트스페이스’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하여, 직접 작가를 만나 작품 세계를 듣고 다과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니 일정이 맞는다면 참여를 권장한다. 동네 한쪽에는 오래된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근대길 책방’이 있어, 근대 문학과 예술서를 취급하는 독립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책방 내부에는 고풍스러운 목조 장식과 채광이 좋은 창문이 있어 조용히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기에 좋다.
산책 중간중간에는 양림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특히 노후된 돈가스를 개조해 만든 ‘옛집다방’은 외관이 마치 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보존한 듯한 인상을 주며, 내부에는 목재 가구와 앤티크 소품이 배치돼 있어 레트로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커피와 함께 판매하는 수제 레몬청과 플라워케이크는 SNS 인증샷 명소로 통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꿈꾸는 목공방’은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목조 액자나 작은 원목 소품을 직접 제작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만의 손수 제작물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으면, 20대 대학생들이 좋아할 독특한 인증샷 컨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양림동 일대에는 근대 건축 양식과 현대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선선한 가을날, 또는 따사로운 봄날에 방문해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현지 예술가들의 감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양림동 산책은 단순히 건물만 보는 관광이 아니라, 광주 근대문화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피부로 체험하는 시간이다.
광주비엔날레 미술관 인근 카페 투어
광주비엔날레 미술관은 양림동에서 동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사직동 언저리에 위치해 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축제로,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는 미술관 주변 거리 또한 예술가와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미술관 건물을 나와 주차장을 등지고 좌측 길로 걸어 내려가면, 작은 공원을 끼고 이어지는 1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독립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나온다. 이곳은 주로 20대 대학생과 젊은 예술가들이 애용하는 카페 거리로, 작품 감상 후 가볍게 들러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을 가지기에도 좋다.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비엔날레 커피 스테이션’이다. 미술관 정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자리해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는 흑백 톤과 노출 콘크리트 벽면이 어우러진 모던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해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음료와 드립 커피가 특히 인기가 높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광주비엔날레와 협업해 제작한 아트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커피를 마시며 전시장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어 예술 감성을 자극한다. 간단한 프리 앙글레즈 스타일의 브런치 메뉴도 마련되어 있어, 전시 관람 전후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두 번째로 방문해볼 곳은 ‘아트 스페이스 앤티크’다. 이곳은 193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 겸 갤러리로, 내부에 들어서면 곧장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화 물감 자국이 남아 있는 작업대나 오래된 다이아몬드 패턴의 타일 바닥 등,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카페 내부 중앙에는 회전식 책장이 설치되어 있어, 그 사이사이에 미술 관련 서적, 예술 잡지, 작가 도록 등이 진열돼 있다. 카페 한편에서는 소규모 전시도 수시로 열리니, 방문 전에 SNS를 참고해 어떤 전시가 진행 중인지 확인해 보자.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는 ‘아트 라떼’로,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으로 간단한 드로잉을 그려 제공한다. 미술관 인근에서 직접 만든 갤러리급 아트 라떼를 감상하며 음미하는 기분은 특별함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들러볼 카페는 ‘빛고을 티하우스’이다. 이곳은 전통 한국 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티 바(Tea Bar)로, 녹차, 백차, 우롱차 등 각종 찻잎을 매장에서 직접 선별해 손님에게 제공한다. 특히 광주 지역의 특산물인 무등산 찻잎을 활용한 ‘무등산 그린티’와 ‘호남 홍차’는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메뉴다. 차와 함께 곁들일 수 있도록 직접 구운 화과자와 달빛떡이 준비돼 있으며, 창가 쪽 좌석에 앉아 미술관 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20대 대학생 독자라면 전시의 여운을 달래며 친구들과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기 좋은 공간이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 미술관 인근에는 전시와 어우러진 다양한 카페가 포진해 있어, 작가의 창작 세계를 엿보듯 전시를 감상한 뒤 예술적 감성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단순히 커피나 차를 마시는 차원을 넘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음료를 즐기는 동시에 광주의 문화적 맥락을 체험하게 된다. 광주를 찾는 20대 대학생이라면, 전시 관람 후 이 세 곳의 카페 중 최소 두 곳을 연계 방문해보며 나만의 예술 투어 코스를 완성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