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국사·석굴암 UNESCO 유적지 탐방
경주의 대표적 사찰 불국사와 옆에 위치한 석굴암은 신라 시대 불교 문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장소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불국사는 8세기 중엽 경덕왕 때 창건된 사찰로, 현존하는 건물 대부분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재건된 것이다. 석가삼존상을 안치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다보탑과 석가탑 등 대칭을 이루는 석탑 군과 다리 모양의 연못인 청운교와 백운교가 인상적이다. 특히 다보탑은 섬세한 조각과 안정감 있는 비례로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며, 석가탑과 함께 불국사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사찰 내부 기단부의 장식과 탑의 부조를 살펴보면 신라인의 불교적 미감과 뛰어난 공예 기술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인근 석굴암은 불국사의 동쪽 산 중턱에 축조된 석조 불굴 사원으로, 화강암으로 조각된 본존 불상이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는 구도 위에 자리한다. 석굴 내부의 정교한 조각과 천장 부조는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석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불교 회화처럼 느껴진다. 해발 약 750미터 고지에 위치해 있어 오르막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정상에 이르면 불국사 경내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장관을 이룬다. 방문 시에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시내를 잇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불국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편리하며, 석굴암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가을철 단풍이 절정일 때 방문한다면,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감동이 크다. 관광객이 많은 성수기에는 매표소 앞에 대기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평일 이른 아침 시간대를 노려 방문하기를 권장한다. 또한 불국사와 석굴암은 모두 보존을 위해 지정된 보호 구역이므로, 방문객은 휴대전화 플래시 사용이나 플래시 촬영을 자제하고, 안내 표지판을 준수해 안전하고 의미 있는 탐방을 즐기기를 바란다.
첨성대·동궁과 월지 야경
첨성대는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지평선을 향해 우뚝 솟은 모습이 신비로운 천문대였던 과거의 위상을 떠올리게 한다. 신라 선덕여왕 13년(634년)에 축조된 이 천문대는 현존하는 동양 최초의 천문대로, 주변에 탑돌이 대신 별을 관측하던 용도로 사용된 바 있다. 야간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첨성대 외벽을 비추어 낮과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 동안 경주 시가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면, 해질녘이 지나고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 첨성대를 다시 찾는 것을 추천한다. 석빙고 옆을 지나 월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첨성대가 설치된 작은 공원 일대가 잔잔한 산책로로 변모하여 연인과 사진을 찍기에도 적합하다. 조금 더 걸어가면 동궁과 월지, 즉 안압지라 불리는 연못에 다다를 수 있다. 동궁과 월지는 원래 신라 왕실의 별궁과 연못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밤이면 수면 위에 비치는 조명이 환상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계절과 행사 일정에 따라 분수 쇼나 조명 색상이 변하는데, 이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면 색다른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궁궐터 주변에는 울긋불긋 물든 연꽃이 피는 여름철이 특히 아름답고, 가을이면 주변 산책로에 쌓인 낙엽이 황금빛 카펫을 이룬다. 월지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물 위에 비친 첨성대와 불빛이 어우러진 장면을 눈에 담다 보면, 신라 천문학과 왕실 문화의 정취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야경 촬영을 계획한다면 삼각대를 준비해 대기 시간 없이 안정적인 구도로 사진을 확보하고, 방한복이나 얇은 담요를 준비해 바람을 피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교동 법주·황남빵 등 전통 간식 체험
경주 교동은 오랜 세월 전통 주류와 간식을 보존하며 시민에게 사랑받아 온 동네로, 방문객은 교동 법주와 함께 황남빵을 빼놓을 수 없다. 교동 법주는 신라 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술로 알려져 있으며, 맑고 투명한 빛깔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깊은 술 향과 은은한 곡물 맛이 어우러져 안동소주나 전통 막걸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특히 차갑게 보관한 교동 법주는 더운 여름철에 갈증을 해소해 주는 최적의 선택이다. 법주 제조 공정을 살펴보면, 옛 방식을 고수하는 가양주 전통 발효법에 따라 한 번 숙성된 술을 다시 한번 걸러내어 맑고 깨끗한 술을 얻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교동 거리를 걸으며 소규모 양조장을 찾아 직접 시음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현지 양조장이 제공하는 시음 세트에는 청포도, 매실 등 제철 과일로 빚은 특별 에디션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어서 맛보아야 할 간식 중 대표주자는 황남빵이다. 황남빵은 경주 지역의 특산물인 팥과 쌀가루를 이용해 만든 작은 떡빵으로,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포근한 팥소가 듬뿍 들어있다. 황남빵을 만든 지 40년이 넘은 전통 빵집을 방문하면, 주인장이 직접 반죽을 빚고 핸드메이드로 굽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빵이 식기 전에 따끈할 때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팥 고물이 입안 가득 퍼지며 경주의 맛과 정취를 깊이 느끼게 된다. 또한 인근에는 경주 특유의 약과와 유과를 판매하는 노점상도 있어, 다양한 전통 간식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교동 골목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교동 법주 한 모금과 황남빵 한 조각으로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는 것은 경주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